눈에 ‘불 켜고’ 무얼 찾나, 세계 1천 마리 희귀 오리

한겨레 2023. 3.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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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흔한 겨울철새이지만 한 번에 5마리 이상 관찰된 적이 없는 희귀한 종도 있다.

붉은가슴흰죽지는 그런 귀한 오리다.

붉은가슴흰죽지는 적당한 회피 거리를 유지하며 태연한 척 눈치를 살피며 먹이 활동을 한다.

붉은가슴흰죽지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관찰되지는 않는 매우 드문 겨울 철새로 10월 초순에 도래하며 3월 하순까지 관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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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붉은가슴흰죽지 수컷 2마리 관찰…한 번에 5마리 이상 기록 없어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수 급속히 줄어, 국내에도 멸종위기 2급
조용하고 조심스런 성격…수컷끼리 꼭 붙어 다녀
붉은가슴흰죽지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연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새로 지정됐다. 수컷의 흰 홍채가 눈길을 끈다.

오리는 흔한 겨울철새이지만 한 번에 5마리 이상 관찰된 적이 없는 희귀한 종도 있다. 붉은가슴흰죽지는 그런 귀한 오리다.

팔당댐 인근에서 겨울나기를 하던 붉은가슴흰죽지 수컷 2마리가 얼음이 풀리자 3월 초 남양주시 조안면 물의 정원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북동부 번식지로 떠나기에 앞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자맥질해 먹이를 찾는 붉은가슴흰죽지. 왼쪽에는 흰죽지, 오른쪽에는 물닭이 호위하듯 함께 했다.
다른 잠수성 오리류에 견줘 깃털의 물기가 늦게 제거되는 것 같다.

물닭과 흰죽지, 쇠오리, 가마우지가 간혹 보일 뿐 고즈넉한 곳이다. 물닭과 흰죽지는 붉은가슴흰죽지가 먹이를 찾는데 함께 한다. 물속을 헤집으면 먹이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서로가 먹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먹이 사냥을 위해 잠수하는 붉은가슴흰죽지.
붉은가슴흰죽지 옆에서 헤엄치는 새는 가장 흔한 겨울 철새의 하나인 물닭이다.

붉은가슴흰죽지는 수면과 물속 모두에서 먹이를 찾는다. 수초, 풀뿌리, 식물의 종자가 주식이지만 기회가 닿으면 어패류도 사양하지 않는다.

깃털에 방수 기능이 있어 물 밖으로 나올 때 물 막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인다.
몸을 흔들어 물 막을 바로 털어내는 붉은가슴흰죽지.

휴식과 깃털 관리를 반복적으로 하며 잠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물속에 잠수했다 나올 때 몸 전체 깃에 물막이 형성되는 것은 깃털 방수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잠수를 위해 깃털 관리는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수줍은 종으로 천천히 물이 흐르는 호수, 늪 및 연못을 좋아한다. 주변엔 산책길이 있어 오가는 사람이 많다. 붉은가슴흰죽지는 적당한 회피 거리를 유지하며 태연한 척 눈치를 살피며 먹이 활동을 한다.

수컷 붉은가슴흰죽지는 항상 함께 다닌다.
번잡하지 않고 매우 조용한 붉은가슴흰죽지.

붉은가슴흰죽지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관찰되지는 않는 매우 드문 겨울 철새로 10월 초순에 도래하며 3월 하순까지 관찰되기도 한다. 흰죽지 또는 댕기흰죽지 무리에 섞여 월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관찰된 기록 중 최대 집단은 5개체에 불과하다. 금강 하구와 만경강 하구, 한강과 경기도 탄천에 도래한 기록이 있다.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부리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줄지어 나 있어 미끄러운 물고기도 한번 물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틈만 나면 깃털 관리를 철저히 한다. 잠수해 먹이를 사냥하기 때문이다.

중국 북동부와 러시아 극동 남동부의 아무르 및 우수리 분지에서 번식하고 중국 동남부, 대만, 일본, 방글라데시, 인도, 북한, 라오스, 미얀마, 네팔, 태국 및 베트남의 황하 남쪽 지역에서 겨울을 보며 때때로 부탄, 필리핀 또는 파키스탄에서도 드물게 관찰된다.

쉬는 중에도 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다.

수컷은 머리에서 목까지 녹색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고, 홍채는 흰색, 가슴은 적갈색, 옆구리는 갈색이며, 옆구리 앞쪽으로 흰색이다. 아래꼬리덮깃은 흰색이다.

녹색 광택이 나는 수컷의 머리. 빛에 따라 완전히 검게 보이기도 한다.

암컷은 머리와 윗목은 흑갈색 기운이 있는 녹색이며, 눈 앞쪽으로 불명확한 적갈색 반점이 있다. 홍채는 갈색이다. 옆구리 앞쪽의 흰 무늬는 수컷보다 작다. 번식기는 위도와 환경에 따라 다르다. 쐐기풀, 갈대 및 기타 식물로 지어진 둥지는 일반적으로 얕은 물이나 작은 섬 또는 능선에 있는 식물 사이에 짓는다. 수컷은 보통 보초 임무를 맡고 암컷은 부화의 책임을 진다.

몸에 묻은 물기를 터는 붉은가슴흰죽지.
옆에서 동료 붉은가슴흰죽지가 쳐다보고 있다.

구애하는 동안 수컷은 암컷 주위를 헤엄치며 반복적으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다른 수컷이 다가오면 재빨리 헤엄쳐 몰아내지만 붉은가슴흰죽지들은 격렬한 싸움이 없다. 암컷도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갑자기 가마우지가 소란을 피우자 놀란 붉은가슴흰죽지가 수면을 박차고 나간다.

수컷이 다가오면 암컷은 목을 곧게 펴고 머리를 물로 내린다. 그런 다음 몸 위로 올라가 목덜미 깃털을 물어 짝짓기한다. 짝짓기 후 수컷과 암컷은 둥지를 짓기 위해 무리를 떠난다.

온 힘을 다해 수면을 질주한다.
수면 위를 나는 붉은가슴흰죽지.

붉은부리흰죽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자료목록에 위급(CR)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한때 개체수가 많았지만 현재 생존 개체수는 세계를 통틀어 1000개체 이하로 추정되며, 서식지 훼손과 사냥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날개와 발바닥으로 수면 위로 내려앉는 붉은가슴흰죽지.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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