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작전세력이 보유세부담도 띄웠다
2020년 6% → 2021년 19.1% → 2022년 17.2% →2023년 -18.6%(공동주택공시가격 변동률).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락하면서 올해 보유세부담 감소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 직전인 2021년과 2022년에 연속적으로 급등했던 보유세부담에도 주목해야할 이유가 생겼다.
최근 수년간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벌어졌던 집값 띄우기 허위거래가 연이은 주택의 공시가격 급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주택가격 표본에 이들 허위거래 가격도 버젓이 시세로 포함된 것이다.
시세차익을 노린 일부 작전세력의 농간이 호가와 거래가격만 띄운 것이 아니라 공시가격과 보유세 부담도 끌어올린 셈이다.
오른 집값에 거래를 해, 덩달아 양도차익을 챙긴 경우도 있겠지만, 다수의 집주인들은 작전세력의 존재를 모른 채, 갑자기 큰 폭으로 늘어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산정과정에서 허위매매거래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가로 계약하고 6개월~1년 뒤 해지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3월부터 실거래가 띄우기 거래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월~2022년 12월 사이 2년 동안 '신고가'로 매매신고했다가 상당기간 후 '거래해제' 신고를 하는 방식의 시세교란거래가 조사대상이다.
부동산원 1차 조사대상만 1086건에 이르는데, 매매계약에서 계약해지까지 6개월에서 1년을 넘긴 사례도 확인된다. 부동산 계약 후 해지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신고된 매매가격이 남아 있다는 점을 활용해 시세를 올린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는 2022년 5월에 전년도 최고가 대비 6억원 넘게 오른 49억원에 신고가로 거래신고됐다가 6개월 뒤인 2022년 10월에 거래취소됐다. 같은 단지 다른 아파트는 최고가 거래 후 7개월만에 거래가 취소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렇게 아파트를 매매했다가 해지하는 계약은 2021년 이후 2년 간 서울에서만 2099건이며, 이 중 최고가 거래만 43.7%인 918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거래가 더 많았던 경기도에서는 계약해지된 9731건 중 2282건(23%)이 최고가 거래였다.
외형상 최고가가 계속해서 갱신되니 실제 매매가도 오를 수밖에 없었다. 공인중개사들조차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는 매매거래로 신고된 가격을 믿고 시세를 안내하면서 호가가 지속적으로 뛰는 구조였다.
뻥튀기된 가짜가격도 공시가격에 반영됐다
집값 띄우기용 허위매매가격은 계약해지와 함께 사라지지만, 공시가격은 그렇지 않았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가격이지만 그 가격을 바탕으로 이미 조사가 이뤄지면, 그렇게 뛴 상태로 공시가격이 결정됐다. 6개월 뒤, 혹은 1년 뒤 거래가 해지됐다고 해서 공시가격을 다시 재조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 공시가격 조사방식을 보면, 집값 띄우기 거래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가장 높은 비중의 주거형태인 공동주택의 경우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공동주택 시세를 전수조사하는데, 시세의 판단은 매매거래가 있는 경우에는 매매가격을 기초로 하고, 매매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인근 유사지역, 유사주택의 거래가격이 시세가 된다.
그 밖에 감정평가사례나 분양사례 등도 시세 산정자료로 쓰이지만, 대부분 공동주택은 매매가격이 주된 시세가 된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같이 거래사례가 풍부한 경우에는 그 단지가 기준점이 된다.
거짓으로 호가띄우기 거래를 자주 한 경우 거래사례 자료수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은 셈이다.
또한 단지 내에서도 특별히 보정요인이 없는 표준적인 호, 구체적으로는 '로얄층', '상한가'를 선정해서 하한가와 함께 기초가격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로얄층 상한가가 허위거래라면 영락없이 기초가격으로 수집되는 셈이다.
공동주택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수집하는 가격자료
1. 실거래 신고자료
2. 부동산중개업소 조사가격
3. 부동산정보사이트 가격
4. 건설사 및 시행사 홈페이지 분양자료
5. 지역생활정보지 방매사례 등
시세판단에는 실제 신고된 매매가격이 아닌 자료들도 참고로 활용된다.
국토교통부가 등록한 '2022년도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 업무요령'을 보면 조사요원들에게 부동산중개업소, 부동산정보사이트, 지역정보지를 통한 가격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실거래가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제공되는 이른바 '호가'도 시세에 참고가 된다.
가격조사 지침에는 위법 부당한 거래 등이 아닌 것을 수집하라는 제한도 있지만, 외형상 정당하게 신고된 매매가격을 거짓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허위거래 중 상당수는 시세조사가 이뤄진 후 수개월 뒤에나 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이다.
뛰는 호가 위에 날았던 공시가격
가격 띄우기 허위거래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문제가 됐다. 정부는 계약신고만 하고 해지신고를 하지 않는 폐해를 막기 위해 2020년부터는 해지신고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2020년에도 '신고가'로 계약신고한 후 계약을 해지한 거래건이 3747건이나 확인됐다.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가 조직적으로 팀을 이뤄 최대 5차례나 계약과 계약해지를 반복한 주택도 있었다.
당시 국토부는 "집값 작전세력이 의심된다"는 표현까지 쓰며 기획단속을 했지만, 이후에도 집값띄우기 허위거래는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작전세력이 활동한 2020년 이후 공시가격은 급등했다.
공동주택공시가격 변동률은 2021년에 19.1%로 폭등했고, 2022년에도 17.2%나 뛰었다. 공시가격 조사방식을 고려하면, 일부 시세조작 행위가 매매가와 호가를 띄우고, 공시가격까지 폭등시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덩달아 납세자들의 보유세 부담도 급증했다. 2021년 주택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전년대비 56.9%나 뛰었다. 2016~2020년 연평균 보유세 증가율이 15.8%였던 것과 비교하면 징벌적인 증가폭이다.
앞서 공시가격 산정방식에서 비정상적인 거래의 존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곳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6월 9일 발간한 '공시가격 인상이 주택분 보유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정책보고서에서 "정보의 비대칭, 투기적 거래 등 비정상적인 거래의 존재를 감안해 '적정가격'을 산정할 때 시세의 반영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납세자연합회장)는 "공시가격 조사과정상 허위거래까지 걸러내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문제는 허위거래가 공시가격이 널뛰도록 영향을 끼친다는 것인데, 정부가 강력한 사후관리를 통해서라도 정상적인 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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