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시장으로 성장한 IB업계···국내파 체급 높인다 [시그널]

임세원 기자 2023. 3. 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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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부동산·채권 자문 수수료 규모 1조원 돌파
올해 최대 M&A HMM 자문사 삼성이 외국계 제쳐
공개매수·행동주의 겨냥 국내 증권사 조직 확충
'CS발' 업계 재편···핵심인력 이동 커질 듯
[서울경제]

국내 투자은행(IB)업계의 거래 자문 수수료 시장 규모가 1조원 대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전반에 거래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자문 서비스에 익숙한 사모펀드(PEF) 주도로 거래가 이어지면서 자문 업계도 덩달아 성장한 셈이다. 특히 올해에는 거래규모 6조원에 달하는 HMM 매각 자문을 국내사가 꿰차고, 공개매수·행동주의 등 국내 IB의 새로운 먹거리가 늘어나면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인수합병(M&A)·주식(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포함)·채권 거래 자문 수수료 총계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거래 규모의 평균 1% 남짓이 자문 수수료 임을 고려하면 헐값 수수료 논란과 거래 절벽 우려 속에서도 IB업계의 성장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IB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5000억원 규모였던 IB 자문 수수료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다”면서 “과거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 한국은 동남아와 인도에도 우선순위가 뒤였는데, 현재는 아시아 자문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일본·호주에 이어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내증권사와 회계법인이 외국계 증권사를 제치고 금융 자문시장을 선점하고 나선 점도 특징이다. 올해 가장 큰 대어로 꼽히는 HMM 매각 주관사를 삼성증권이 따낸 것은 국내외 증권사를 놀라게 했다.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이 예고한 최대 600억 원의 금융·회계·법률 자문 수수료 중 금융자문사는 500억 원 이상 가져가는 기회다. 물론 공공기관이 맡긴 자문 용역인 만큼 실제 규모는 큰 폭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백억원에 달하는데다, 시가총액 10조원의 기업 매각을 주도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동안 IB업계에서 두문불출하던 삼성증권에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새로운 조류로 떠오른 행동주의 펀드와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취득 과정에서도 국내사들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행동주의 펀드를 방어하기 위한 창업주 측의 자문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는 외국계보다는 상대적으로 국내 사정에 밝은 국내증권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대행은 국내법에 따라 국내 금융투자업자만 가능하다.

NH투자증권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던 오스템임플란트를 자문하며 공개매수 대행과 거래자문 및 1조 7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주선을 연이어 따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 창업주의 승계와 신사업 확장을 위한 고민을 내다보고 1년전 전담 부서를 설치한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자문하면서 최종 경영권을 쥐게 하는데 일조했다. 한투는 카카오엔터의 공개매수 대행을 맡았고, 뒤이어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한생 공개매수도 대행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맞서는 창업주 자문 역량을 확충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2018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도와 KCGI 측의 경영권 공격을 막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집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에 대항하는 주주 의결권을 확보했다. GS홈쇼핑,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에스디제이 회장간 롯데제과 경영권 주도권 싸움에서도 신 회장 측을 자문했다.

물론 여전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운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기업과 사모펀드의 선호도는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LG생활건강의 아베오 인수 자문을 맡았는데, 총 7000억원의 인수대금 절반을 해외 금융기관에서 인수금융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는 역할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 인수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 신용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은 국내 금융기관보다는 외국계 증권사가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IB업계 핵심인력에 대한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JP모건 서울지점의 김영기 IB총괄 대표를 영입했다. 김영기 대표는 네이버 제트와 크림 상장 성공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최근 방시혁 의장이 해외 레이블 인수를 공표한 하이브는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박용한 하이브아메리카 대표가 인수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가 UBS에 매각된 크레디트스위스(CS)역시 서울지점 만큼은 1조 규모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자문 등 여전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CS의 두 핵심 인사가 UBS에 합류하거나 IB조직만 떼어 다른 외국계 은행에 인수되면서 일부 인사가 넘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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