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여성들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 ‘헬로 베이비’[플랫]

플랫팀 기자 2023. 3. 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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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베이비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4쪽 | 1만4000원

얼마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온나라가 걱정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20대에 아이 셋을 낳은 남성의 병역을 면제해주자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냈다가 철회했다. 모두가 저출생을 걱정하는 와중에 유독 조명을 덜 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기를 낳기 위해 배에 주사를 찔러가며 숨어서 눈물 흘리는 난임 여성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의경이 마흔 넘은 나이에 난임병원을 찾아 마주한 애틋한 이야기를 전한다.

헬로 베이비

소설은 제각각 이유로 난임병원을 찾는 여성들을 한 명씩 보여준다. 난임병원에서 만난 이들은 아기 갖기를 소망하며 ‘헬로 베이비’라는 단톡방을 만든다.

“며칠 전 아기를 낳았어.” 부유한 시댁의 지나친 관심을 받아가며 15년 동안 난임 치료를 해온 46세 김정효가 갑자기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시술이 지쳤다며 연락을 끊은 정효였다. 질투가 나면서도 반갑고 기쁜 소식에 ‘헬로 베이비’ 단톡방 여자들은 모두 모이기로 한다.

경제적 여유도 없었고 커리어를 쌓느라 바빴던 30대에는 출산할 생각조차 못했던 44세 프리랜서 기자 강문정. 그는 난임병원이 이토록 붐빌 줄 상상도 못했다. 문정은 ‘맘카페 의학’이라며 아이를 갖기 위해 혈액순환에 좋다는 노루궁뎅이 버섯차를 입에 달고 산다.

“다 떼어내면 아이가 생기나요?”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자궁 근종 수술을 받은 44세 변호사 이혜경. 인생에 실패라고는 겪어본 적이 없는 혜경은 ‘임신’ 앞에서 좌절을 맛본다. 궁금하면 뭐든지 찾아보는 ‘엘리트’ 남편은 혜경이 난자 채취를 7번이나 했는데도 자세한 시술 방법을 모른다. 언제나 관심과 고통은 혜경의 몫이었다.

38세 한지은은 한없이 착한 남편과 살고 있다. 의사는 남편이 폐쇄성 무정자증이라고 했다. 지은은 한여름에 냉동 정자가 담긴 질소 탱크를 끌고 충격 없이 조심스럽게 지하철을 탄다. 난임병원에 꼭 기혼만 오는 건 아니다. 얼마전 남자친구와 파혼한 37세 수의사 한소라는 마흔이 되기 전 난자를 냉동하기 위해 난임병원을 찾는다. 시험관 시술을 하고 나서 매번 임신 테스트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37세 경찰 장은하도 있다.

<헬로 베이비>는 난임 여성들이 단톡방과 맘카페의 시술 게시판에서 세상과 가족에게 받지 못한 ‘위로’를 받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회사 동료든 친구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주제인 난임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통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목소리를 달아준다. 소설은 맘카페에 올라온 사연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하게 읽힌다.

소설 속 문정은 병원 대기실 벽에 적힌 글귀를 보고 눈물이 차오른다. 이 한 문장은 어쩌면 작가가 건네고 싶은 위로인지도 모른다. “난임부부 여러분 힘내세요. 아기는 발이 작아 아장아장 천천히 온답니다.”

▼임지선 기자 vision@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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