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 “연애 한번 진하게 한 기분이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이 열흘 동안 붉게 피어있는 경우는 없다는 뜻으로 막강한 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말). 처음에 이 말이 나오는 데 이해를 못했다. 결국 끝에 다시 등장하면서, 우리 드라마 주제가 됐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시즌1과 시즌2가 종영했다. 총 18화가 모두 공개되면서 주연 차무식을 맡은 최민식이 입을 열었다.
‘카지노’는 10년만에 700억원을 벌어 카지노의 왕이 된 차무식이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하는 이야기다.
최민식은 “차무식은 돈을 쫓다 배신당하고, 결국 꽃잎 떨어지듯 퇴장한 것”이라면서 “아하~ 인간이 욕망을 강하게 쫓다보면 이렇게 가는구나. 마지막에 무식이 정팔(이동휘)과 상구(홍기준)에게 파티를 열어주면서 시든 꽃을 꽂아뒀는데, 이게 내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화무십일홍의 수미쌍관에 어울리는 소품이라 강윤성 감독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처음에 화무십일홍으로 드라마를 열었듯이, 엔딩에도 시들시들한 꽃을 클로즈업한다. 최민식은 “총 몇 방 맞고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지저분해진다”고 말한다. 차무식의 엔딩을 통해 참혹함과 허무함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전투도 대형 총격신이 아니라 느닷없이 이뤄지는 한국적인 누아르라는 것이다. 차무식은 가장 믿었던 부하인 정팔에게 당하는 것 또한 자기 삶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차무식 캐릭터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평범함이다. 비즈니스적으로는 냉철한 것 같아도 평범함이 있다. 무식은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제거하지만 참을 때까지는 참는다. 하지만 정팔은 진작에 죽었어야 할 인물인데, 끝까지 살려두는 이유는 말 안듣는 자식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팔이가 도박을 하다 많은 빚을 지고, 결국 필리핀 감옥에 갇혀도 무식이 ‘사람 만들어 볼란다’라고 하는 것도 논리적이진 않지만 감성적으로 이해된다. 말하자면 자신의 아픈 손가락 같은.”
최민식은 “차무식 자신도 그런 인생을 살아와 정팔에게 본능적으로 그렇게 대하는 것”이라면서 “무식이 완벽한 빌런이라면 정팔은 이미 제거됐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수많은 배우를 만났다. ‘명량’(2014년)때 많은 배우와 작업을 했는데, ‘카지노’에서는 무려 170여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이뤄냈다는 것도 고맙다”고 전했다.
최민식은 차무식을 특정한 캐릭터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학창시절을 함께한 친구중 지하 세계, 부동산 세계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술자리에서 1시간만 대화하면 옛날로 돌아갔다”면서 “모양새는 변할지언정, 옛날 마음은 다 있구나. 난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허구한날 나쁜 놈이 있을까? 엄마앞에선 아들이고, 아내 앞에선 남편, 그런 인간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늪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뜻대로 안되는 인생, 그런 걸 표현하려고 했다. 날때부터 악마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서태석(허성태)이 차무식을 싫어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최민식은 “차무식이 ‘넌 날 왜 싫어해’라고 묻자 서태석이 ‘나는 니가 그냥 싫어’(실제 배우 허성태가 만든 대사)라고 말한다. 이건 자리싸움이고 주도권 다툼이지만, ‘카지노’ 인물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귀띔했다.
‘카지노’는 3개월간의 필리핀 현지 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코로나19에 외국의 낯선 환경이 더해져 촬영장과 숙소인 호텔 외에는 가 본 곳이 없다고 한다.
“에피소드가 많고 상황마다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배우들과 호텔에 모여 토론을 했다. 각자가 맡은 캐릭터의 당위성을 가지고 빌드업을 해 모였다. 서로 어떤 관계인지 디테일한 설명이 대본에는 없었는데, 토론을 통해 많이 보강했다. 손석구는 특히 토론을 잘했다. 내가 ‘너 고시공부하냐’라고 한 적도 있다.”
최민식은 “그렇게 해서 강윤성 감독이 그린 그림 안에서 공감가는 변주가 가능해졌다. 현장이 힘들어도 후배들이 각자 부실공사가 되면 안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에 왔다. 또 그것을 강 감독이 열린 마음으로 흡수해주니까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무식 캐릭터도 상당부분 열어놨다. 차무식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끝난다 라고 정의 내려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재즈 하듯이, 캐릭터를 굴려나갔다”고 했다.
최민식은 그 점에서 손석구가 가장 어려웠을 거라고 했다. 코리안 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이 왜 필리핀에 왔는지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처음부터 나쁜 놈은 눈 뜨고 못보는 열혈형사라면 재미없다. 그냥 필리핀에 출장왔는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거의 없고, 본국으로 들어오라면 오면 되는데, 사람이 죽어 나가면서 뭔가가 보였다. 이를 두고 그냥 못간다는 경찰로서의 그 빌드업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오승훈이 차무식과 대척점이라면 힘껏 붙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참아내면서 연기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최민식은 3개월간의 필리핀 작업에서 만난 현지 스태프와의 관계가 너무 좋았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굿모닝”하고 인사하고, “보스”라는 말을 붙여줬다는 것. “현지 스태프들과 금세 친해졌다. 한국배우가 아닌 캐릭터로 불러주는 등 정감 있고 순박한 친구들이다. 국적이 달라도 영화 하는 사람 같은 공통분모가 느껴져 좋았다.” 하지만 현지 촬영이 힘들어 당분간 동남아는 쳐다도 안본다는 것.
최민식은 카지노, 도박 소재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카지노’는 외국 장르물을 흉내내지 않고 한국 사람 특유의 갈등이 중요한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카지노라는 지하세계의 허영이 아니라 실제 있을법한 인물을 그려냈다. 그런 점에 일조한 인물이 ‘호구형’ 정대표(최홍일)다. 최민식은 “호구형 정대표와 나는 실제 동갑이다. 최홍일 배우가 잘해줘 리얼리티를 살렸다”면서 “업계에 물어봤더니 그렇게 해서 돈을 다쓰게 한다고 그러더라”고 전했다.
최민식은 “실제 카지노를 해봤냐”고 묻자 “사람들이 알아봐 힘들었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래간만에 과분한 인사를 받아 정신이 없다. 사랑받아 행복하다. 사람들이 저에게도 전화해 왜 매주 한 편만 공개하냐고 따졌고, 심지어는 결말이 어떻게 되냐며 협박하기도했다. 이 장구한 이야기를 이야기가 될 수 있게 꾸며봤는데,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 엮었다. 연애 한번 진하게 한 기분이다. 이제 이별해야 하니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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