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발 ‘뱅크데믹’ 과도한 공포는 금물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3. 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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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촉발한 ‘뱅크데믹’(뱅크와 팬데믹의 합성어) 공포가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에 매각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CS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스위스 정부는 신속하게 UBS가 CS를 인수하도록 했다. 도이체방크로 CS의 위기가 전이 된 것은 CS의 신종자본증권(AT1) 전액을 상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AT1은 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의 일종이다. 주식보다 안전하지만 CS 사태로 위험성이 부각됐다. 도이체방크는 AT1 발행 규모가 컸던 탓에 타격을 받았다.

각국 정부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을 진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20개국 정상은 성명에서 “은행 부문은 자본이 탄탄하고 유동성과 함께 탄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필요한 경우 유로존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모든 정책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도이체방크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은행이며 우려할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상황이 진정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코코본드를 조기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은행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여전하다. 특정 국가의 은행 부실이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위험이 있다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전망도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우려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디지털 금융 환경을 주목했다. 온라인 뱅킹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작은 불씨만 있어도 은행 위기가 전염병처럼 세계 어디로든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아시아 국가 중에 홍콩과 한국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국 금융주를 매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금융지주와 은행 종목 9개를 편입한 ‘KRX 은행’ 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 디지털 금융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뱅크런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 한국의 모바일뱅킹 활용은 지난해 40%에 달했다. 하루 평균 모바일 뱅킹 이용액은 14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한국 은행들은 대부분 자본건전성이 우수한 편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CS와는 사정이 다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입출금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데 뱅크런을 우려할 만한 특이한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 도이체방크발 뱅크데믹이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겠지만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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