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은행 파산'까지 8개월에서 단 이틀…그 중심엔 SNS가 있다!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8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이후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금융 불안이 계속 번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의 중심에 SNS가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네요.
<기자>
2023년의 금융 불안에는 2008년 금융위기 때까지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요소가 하나 크게 작용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발달한 소셜미디어 SNS입니다. 미국 하원의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우리 국회의 정무위원회 비슷한 곳인데요.
여기 위원장이 이번 은행 위기 불안의 시발점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대해서 "최초로 트위터에서 촉발된 예금 인출 사태"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중에 역대 최대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입니다.
여기는 당시 첫 위기설부터 파산까지 8개월 정도 걸린 걸로 보통 봅니다.
그런데 이번 은행 위기 불안의 스타트를 끊은 실리콘밸리은행은 본격 위기설부터 실제 파산까지 딱 이틀 걸렸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SNS는 이렇게 파급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특히 이제 불안이나 공포 같은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그런 느낌이 좀 있습니다.
<기자>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요즘의 은행 불안을 '뱅크-데믹'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독감이나 코로나가 번지는 것처럼 은행에 대한 불안이 SNS를 타고 전염처럼 번진다는 겁니다.
"저기 위험하다" 지목되는 은행들이 계속 바뀌어가면서 번집니다.
게다가 과거의 은행업무와 달리 온라인뱅킹은 고객이 어디에 있든지 24시간 바로 돈을 뺄 수 있죠.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의 고객들이 대부분 테크 스타트업, 첨단기술 신생회사 운영자들이었던 것도 이 은행의 빠른 파산에 한몫한 걸로 봅니다.
다들 SNS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계속 의견 나누고 모바일뱅킹도 미국에서 가장 능숙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매일 손바닥 안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불안이 번지니까 파산에 이르는 대량 예금 인출 사태에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거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레딧'이란 곳이 있는데요.
맛집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줄 사진을 위기 은행 중 하나로 지목된 곳에서 '돈 빼려는 사람들이 서 있는 줄이다' 이런 식으로 올렸다가 삭제한 글 같은 것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유명한 투자자들 몇몇도 이번 은행 불안 사태 초기에 당시로선 사실 검증되지 않았던 내용의 트윗들을 단정적으로 남겼던 경우들이 보입니다.
백만장자 투자자도 관심을 좋아합니다. 이른바 '네임드'라고 하죠.
SNS에서 유명인사가 되는 걸 즐기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저변에 깔린 상태에서 무리한 말도 나왔다는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저렇게 돈에 대해사 잘 아는 사람이 말하는데 내 돈 당장 빼야 하는 거 아닌가 혹할 수도 있겠죠.
<앵커>
그렇죠. 그러니까 SNS에서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막 나돌아도 그래도 대비가 잘된 은행들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이번 은행위기 불안 국면에서도 '저기 위험하다' 지목되는 은행들이 계속 바뀌고 있거든요.
그중에 버티는 곳이 있고, 버티지 못하는 곳이 있는 겁니다.
제일 최근에 지목된 곳, 지난 주말에 유럽 증시에서 주가가 장중 15%까지도 폭락한 도이체방크가 있습니다.
독일 최대 은행, 우리로 따지면 신한은행 같은 곳인데 위기라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엄청나게 온라인에서 말이 번졌습니다.
하지만 예금자들에게 돌려줄 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어제는 다시 주가를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시그니처, 크레딧스위스 파산한 곳들은 모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건 맞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량 예금 인출 사태가 조금만 천천히, 또는 더 작은 규모로 진행됐으면 이 은행들도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면들이 약간씩 있기는 하거든요.
SNS 시대의 금융기관들은 이렇게 달라진 금융환경을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
말이 상상이 이상으로 빠르게 번지고, 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된 환경을 기본으로 알고, 거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이 이번에 남았다는 겁니다.
은행 파산은 은행 경영의 문제다 치고요. SNS 시대의 금융은 사실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조심할 게 많습니다.
이른바 밈 주식, SNS에서 광풍이 불어서 갑자기 폭등한 주식이나 갑자기 관심을 끈 코인 같은 위험자산들 여기에 내 기준 없이 혹해서 투자했다가 SNS에서 관심이 빠지자마자 주가나 가치가 폭락하는 경우도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습니다.
SNS을 참고는 하되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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