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0.78, 그리고 ChatGPT
'0.78'이라는 숫자에 온 나라가 놀라고 걱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다.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중 부동의 꼴찌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OECD 평균인 1.59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숫자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선진국은 다 이런가 싶지만 37개 국가 중 27개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상승했고, 미국은 1.7, 이스라엘은 3.1, 2022년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성장하기 어려워졌다. 인구 감소는 곧 생산하는 인구와 소비하는 인구의 감소를 의미한다. 소비 인구가 감소하니 생산이 더 줄고, 생산이 줄어드니 생산자의 소득이 줄고 다시 소비가 주는 수축의 경로로 들어서는 것이다.
출산율과 함께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또 다른 충격은 ChatGPT, 즉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지적 수준이 높은 AI가 인간이 해오던 활동을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을 편하게 해줄지 아니면 인간의 일자리를 박탈해 버릴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출산율과 AI는 매우 다른 영역이지만 우리 경제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낮은 출산율은 인구구조를 변화시키고, AI는 산업구조를 변화시킨다.
두 요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출산율이 낮아지고 일할 수 있는 젊은층이 줄어들어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할 때, 인공지능과 지능형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신 메꿔 줄 수 있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고령자가 로봇과 함께 가계를 운영해 생계를 지속할 수도 있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AI 돌봄 로봇이 말벗도 해드리며 안전하게 돌볼 수도 있다. AI와 로봇 활용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하며 청년들이 사회에 활발히 진출하면 다시 출산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
두 요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해보자. 더 이상 팽창하지 않는 저성장이 고착화된 사회에서는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가 부족하다. 디지털 전환과 AI의 발전은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축소시켜서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더 줄일 수 있다. 고용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이 많은 사회일수록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을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고, 기업들은 고령화돼 가는 직원들을 되도록 줄이면서 AI로 기업을 효율화하려 할 것이다. AI 기술을 제공하는 테크기업(MS·구글 등)과 이를 활용하는 기업의 이윤만 증가하고 우리 경제의 고용은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과 고령자가 증가하면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며, 수익이 증가한 테크기업들은 더 많은 자본으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해서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악순환은 더 강화될 것이다.
출산율과 AI의 요인으로 본 부정적 시나리오와 긍정적 시나리오는 아마도 사회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이 더 지배적으로 나타날 것인지, 그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일지가 관건일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막강한 자본력과 양질의 젊은 노동을 보유한 국가의 테크기업이다.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의 출산율이 올라가고 있고 전 세계의 젊고 유능한 인적 자원이 이동해 테크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우리 기업들은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을 개선한다면 부정적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어릴 때 기대했던 세상에 비해 지금의 세상이 더 어두워진 것은 우리가 현실을 자각한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팽창사회가 수축사회로 바뀌었고, 감염병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됐고, 그래서 '설마 이런 일이…' 하는 비극도 우리 앞에 기어이 나타나고 있다. 어른인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AI 때문에 우리가 무언가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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