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암은 예방할 수 있는가?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2023. 3.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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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장

매년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맞춰 법률을 정비하고 이날을 암 예방의 날로 제정해 벌써 올해는 16년을 맞이하게 됐다.

질병의 관리에서 예방이라는 전략은 그 자체로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감염병은 전염을 차단하는 것이 예방이 된다.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비전염병의 대표격인 암도 예방적 접근에 대한 나름의 근거가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암 예방의 날을 만든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체 암의 1/3은 예방을 통해 암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다른 1/3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진행된 1/3의 암도 적절한 치료로 진행을 막거나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암이라는 병의 기본적인 통계를 먼저 아는 것이 좋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새롭게 발생한 암환자는 24만 7952명으로 웬만한 중소도시의 인구 규모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현재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평생 동안 암이 걸릴 확률이 36.9%라고 한다. 어림잡아 10명 중의 4명이 살아있는 동안 한번은 암이라는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다. 지난 20년 동안 암환자는 거의 2.5배 정도 증가했다. 또 주변에서 생존하는 암경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분명히 암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증가했다.

암 생존율의 향상에 어떤 배경이 있을까? 암 예방이 성과를 내서일까? 아니면 치료기술이 발전한 덕일까? 이 질문에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나라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 넘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러한 배경에는 암 진료의 질이 높다는 점과 더불어 우수한 암검진 프로그램 덕이라는 점을 더 강조한다. 암전문가로서 필자도 이러한 설명에 깊이 동감하고 있다.

물론 암 예방 활동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현실적 방법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암의 발생에 발암인자의 비중이 큰 몇 가지 암의 경우 예방은 효과가 있다. 흡연과 폐암, 자외선과 피부암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한 암(간암·자궁경부암) 등이다. 나머지 다른 암에서는 예방적 조치의 실제적 적용과 효과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암전문가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른 방법은 암의 발생과 진행과정에서 또 하나의 암 진료 전략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암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단계적인 진행을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국가 암검진 사업이 큰 역할을 한다. 암의 예방을 막지는 못해도 암 발생 초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의 효과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이러한 생각은 덩어리를 만드는 고형암의 대부분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암인 위암, 대장암, 유방암과 폐암 등이 그런 예다. 조기에 발견해서 관리하기 수월한 암으로 만들자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위내시경이 흔한 우리나라에서 조기 위암의 비율은 매우 높아 전체 위암 발생환자의 약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진행 초기에 발견한 암은 잘라 내야 할 부위도 줄어들고, 치료 이후 재발과 전이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 그래서 위암 전문가들은 위암 생존율 향상의 1등 공신은 '검진 내시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암의 발생을 막지는 못하지만 진행을 막는 또 하나의 예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다시 한번 암 예방의 날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일부이긴 하지만 암은 예방할 수 있고, 예방하지 못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어 검진프로그램을 잘 챙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설령 진행이 됐다 하더라도 근거 없는 치료보다는 검증된 진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3이라는 숫자에서 근심을 하나씩 빼는 3-2-1 즉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기도 하지만 암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명한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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