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충남 국악원 유치, 다시 시작이다!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2023. 3.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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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금년은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가무악의 뿌리와 줄기를 세웠던 충남에는 의미가 남다르다. 해서 재단은 오는 31일 내포혁신플랫폼에서 포럼을 열어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충남의 역할'을 모색하고, 문화부의 '국립국악원 충남분원 설립'을 강력히 촉구하는 선언식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4년간 충남은 국악중흥의 중심에 서고자 '공주시 유치운동'을 가열차게 벌였다. 세종시도 동참했고 충남문화재단도 함께 했다. 유감스럽게도 문화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작년 말 여당 실세라는 강릉지역 국회의원께서 신공(?)을 발휘, 국악원설립 용역 예산을 확보하고 최근 국립국악원장이 후보지를 다녀가는가 하면, 강원도 언론은 유치 기정사실화의 나팔수 노릇을 신나게 하고 있다.

국악중흥론자인 필자는 당연히 강릉시에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 "그럼 우리 충남은 뭐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은 한국 전통예술의 중심으로 위대한 역사. 인물. 상징. 콘텐츠를 모두 보유한 명실상부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공주에서 인정 못 받으면 한양에 오르지 못했다'는 말이 전해 오겠는가? 해서 충남이 강릉보다 뒤처질 하등의 이유가 없기에 두 지역 동시 설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다.

한류가 세계를 흔든다. 최근에는 거의 태풍급이다. 지구촌 귀퉁이 소수문화였던 한국문화가 세계 주류문화의 하나로 당당히 서게 되었으니, 바야흐로 선진 문화 대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한글이 세계 7대 언어로 올라섰다. 당연히 한류의 근원인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도 폭증, 우리 가무악을 감상하고 환호하며 직접 배우고 익히려는 외국인들도 급증, 해외 한국문화원이 미어터진다.

문제는 한류팬들이 물어보는 첫 질문 '대한과 태극기'의 의미에 대해 우리 국민은 알기 쉽게 바로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다르다. 한국 엘리트 유학생이 미주나 유럽 명문대에 가서 어울릴 때, 각 나라 학생들은 자기 나라 역사문화와 예술에 해박하여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춤추는데, 한국 유학생은 우리 소리와 악기를 다룰 줄 몰라 크게 당황하고 부끄러웠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문화예술을 제대로 가꾸지 못한 후진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렇다. G7 선진국 대열 합류에 한류가 지구촌을 휩쓸어도, 우리 국민은 국악 방송 안 듣고 안보고 채널 돌리고 있다. 전통예술인들 몫일 뿐, 여전히 낯선 음악이고 재미없는 춤인 것이다. 문화예술은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혀 생활화될 때 즐길 수 있는 것이기에 당연하다. 아직도 우리 것은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며, 서구예술은 고상하고 세련된 것이라는 잘못된 문화 사대주의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 생존과 경제번영에 목을 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일부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바꿔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시급하다. 한류 지속과 진정한 문화대국으로 가려면, 우리부터 우리 것을 제대로 배우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안 그러면 한류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 될 뿐이다. 때문에 코리아는 한국문화예술의 르네상스가 시급한 것이다. 따라서 희망하는 전국 지자체에 하루빨리 국악원을 설립, 어린이 청소년 교육부터 강화하고, 국악인들은 전통예술의 융합과 재창조에 나서야 하며, 세계인을 불러들여 교육시켜야 할 때다. 정부는 충남같이 확고하게 전통예술 중흥의 의지와 역량을 갖춘 곳부터 속히 분원을 설립해 주기 바란다.

나는 전국 17개 시도에 준비된 순으로 각각 특색있는 전통예술 전승과 재창조 및 세계화를 위한 교육·체험·2공연 공간이 빨리 건립되기를 소망하며, 전통인문과 예술의 중심 충남이 그 선두에 서기를 열망한다.

그래서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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