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이 추모다’ 구호까지… 北 지령 받은 혐의 민노총 간부들 구속

2017년부터 해외서 북 대남 공작원 만난 혐의도
수사당국, A씨 통신으로 100여차례 연락 파악
법원 “범죄 혐의 소명, 중대성도 인정” 영장 발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접촉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원지법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A씨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2022년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14차 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범죄의 중대성도 인정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국가정보원과 국가수사본부는 A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광저우,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소속 공작원을 세 차례 만난 혐의를 받는다. 또 북측과 수년간 통신으로 연락하면서 100여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문, 대남 지령문 등을 주고받은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 공작원은 대남 지령문을 통해 자주·민주·통일, 반미 등 반정부 시위 구호를 A씨 등에게 전달하는 등 북측 요구대로 조직을 이끌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방첩 당국은 파악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퇴진이 추모다’ 등의 시위 구호도 직접 적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 당국은 이 같은 문서를 올해 1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영장이 발부된 나머지 민주노총 산하 전·현직 간부 B씨 등 3명은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 공작원을 만난 혐의를 받는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