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조 마음 돌린 이순호 예탁원 사장, 이제는 능력 증명할 때

이지운 기자 2023. 3. 2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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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지난 3월20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예탁원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이 사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예탁원은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 주식회사로 설립한 이후 약 50년간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오른 적이 없다.

예탁원 사장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지난 15일 이 사장이 노조 및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전환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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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지난 3월20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임기 시작 후 첫 출근까지 2주 이상이 걸렸다. 예탁원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이 사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금융위원회 평가위원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연구실장)을 역임하며 증권시장의 경험이 전무하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당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와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후 금융위 규제입증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정책연구심의위원, 산업조직학회 감사 등 직책을 맡았다.

노조는 이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 비전문가인 점과 지휘·감독 등 행정 경험이 없는 점, 김소영 부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 및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것을 근거로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꼬집으며 임기 첫날부터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은행법 연구전문가는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예탁원 업무와 다르고 행정 경험도 전혀 없어 1000여명의 직원을 지휘 통솔하는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며 "예탁원의 특성 등에 상관없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 낙하산 기관장을 내려보내는 정권과 당국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신의 직장' 예탁원의 낙하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탁원은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 주식회사로 설립한 이후 약 50년간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오른 적이 없다. 금피아(금융 마피아)와 관피아(관료 마피아),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등 '낙하산 인사'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받는 이유다.

지난 20년간 임명된 역대 사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제18대 이수화 사장과 제19대 김경동 사장 2명을 제외한 ▲15대 노훈건 사장(재무부)▲16대 정의동 사장(개정경제부)▲17대 조성익 사장(재정경제원) ▲20대 유제훈 사장(기획재정부)▲21대 이병래 사장(금융위원회) ▲22대 이명호(더불어민주당) 등 6명이 정치·관표 출신이다.

예탁원 사장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지난 15일 이 사장이 노조 및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신임 찬반투표에서 총투표수 425표 가운데 찬성이 314표(73.9%)로 집계되면서 노조는 투쟁 중단을 결정했다.

이 사장은 노조의 마음을 돌렸지만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플랫폼 구축, 투자계약증권 전자등록 등 굵직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곧 출범을 앞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ATS)와 관련한 적절한 예탁원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반면 예탁원은 지난해 1월 기준 정부지원액이 전체 예산의 50% 미만으로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됐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예탁원이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그만큼 사업 경쟁력 제고와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발등의 불이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이 신임 사장은 산적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고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맞춰 수익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낙하산 딱지를 떼기 위해 능력을 보여 줄 때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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