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좁고 쓸쓸한’ 동물원의 딜레마…‘독거동물’ 느는 이유 [뉴스AS]

곽진산 입력 2023. 3. 28. 06:05 수정 2023. 3.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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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가 불쌍해요."

동물원을 탈출해 도심을 누빈 얼룩말 세로(4)가 부모를 잃고 외로워했다는 사연이 전해진 뒤로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전국의 많은 동물원에는 세로처럼 '외로운 동물'이 존재하지만, 사육환경 때문에 무작정 개체수를 늘릴 수도 없다.

2020년 환경부 자료를 보면, 국내에는 전체 면적이 1000㎡ 미만인 소형 동물원이 전체의 약 절반(42.7%)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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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위해 개체수 줄여나가는 동물원
2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고 있다. 독자 제공

“세로가 불쌍해요.”

동물원을 탈출해 도심을 누빈 얼룩말 세로(4)가 부모를 잃고 외로워했다는 사연이 전해진 뒤로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세로의 짝꿍을 데려올 방침이지만, 무리 습성을 지닌 얼룩말 세로는 당분간 혼자다. 전국의 많은 동물원에는 세로처럼 ‘외로운 동물’이 존재하지만, 사육환경 때문에 무작정 개체수를 늘릴 수도 없다.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동안 동물원은 주로 종과 개체 수를 늘려왔다. 동물이 늘면 동물원의 수익인 관람료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밀집도는 동물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2020년 환경부 자료를 보면, 국내에는 전체 면적이 1000㎡ 미만인 소형 동물원이 전체의 약 절반(42.7%)을 차지한다.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얼룩말 사육장 안내판. 이곳의 유일한 얼룩말인 세로(4)는 지난 23일 도심을 누빈 이후 동물원으로 다시 돌아와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이런 문제 의식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동물원수족관법이 전면 개정됐다.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관람 등의 목적으로 노출 시 스트레스로 죽을 수 있는 동물은 새로 들여올 수 없게 하는 등 동물복지를 제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전국 공·민영 동물원이 동물 숫자를 늘리거나, 새로운 종을 추가하는 데 미온적인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정책이 바뀌면서 동물원에 새로 ‘갇히게’ 되는 동물은 줄었지만, 남아 있는 동물은 더 외로워졌다. 사자나 표범 같은 독립 생활 동물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집단 생활하는 동물은 상황이 좋지 않다. 얼룩말도 그중 하나다. 세로의 경우 2021년과 지난해 연이어 부모가 갑자기 숨졌고 이후 혼자 지냈다. 어린이대공원은 인간과 교감을 통해서라도 외로움을 덜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전담 사육사를 붙여두었다. 곧 새로운 얼룩말을 데려온다고는 하지만 두 마리면 충분한지도 미지수다. 집단 생활 하는 동물이라면 최소 몇마리가 무리지어 지내야 하는지, 그럴 경우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지 등에 관해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복지 관점에서 작은 공간에 개체가 많은 것은 좋지 않지만,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은 개체 수가 너무 적으면 본연의 행태가 재현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 경우는 동물원이 해당 종을 기르지 않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대공원은 고민 중이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현재 동물원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데, (집단 생활 동물의 경우) 공간 크기별로 몇 마리가 생활하는 게 좋은지 (정답이 없어서) 자체적으로 연구해 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다”라며 “미흡한 부분은 사육사와 유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려고 한다”고 했다.

동물원의 딜레마는 동물을 가두는 ‘동물원’ 존재 자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동물원을 없앨 수도 없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를 맡고 있는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원이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물원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동물이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은 주로 지자체가 소유하는 특수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물원이 많다. 운용 주체인 관료들이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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