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겨울잠을 비집고 나온 개나리

왕태석 2023. 3. 2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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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남쪽에서 불어오는 꽃바람은 막을 수 없는가 보다.

지금 대지는 매화를 비롯해 산수유, 벚꽃까지 전국이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봄꽃은 진달래, 개나리, 벚꽃 순으로 피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순서에 상관없이 일제히 피어나 느긋이 봄꽃을 감상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몰래 피어난 봄꽃이 마음을 설레게 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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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개나리의 모습은 봄나들이를 떠나는 수줍음 많은 봄 처녀를 닮았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남쪽에서 불어오는 꽃바람은 막을 수 없는가 보다. 지금 대지는 매화를 비롯해 산수유, 벚꽃까지 전국이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에도 벚꽃이 1922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빠르게 개화했다. 원래 꽃들도 피어나는 순서가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봄꽃은 진달래, 개나리, 벚꽃 순으로 피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순서에 상관없이 일제히 피어나 느긋이 봄꽃을 감상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무채색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개나리의 모습은 봄나들이를 떠나는 수줍음 많은 봄 처녀를 닮았다.

중국발 황사가 지나가고 기분 좋은 상쾌한 바람이 부는 주말,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찾았다. 하늘을 가린 커다란 나무들은 아직 봄기운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새싹도 피우지 못한 채 한겨울 속에 갇혀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살피던 중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난 개나리꽃을 발견했다. 갓 태어난 병아리의 솜털처럼 화사하고 밝은 노란색이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무채색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개나리는 흑백영화 화면에 인위적으로 색깔을 덧칠한 듯 이질적 느낌이 든다. 세상이 궁금한 듯 살짝 얼굴을 내민 모습은 봄나들이를 떠나는 수줍음 많은 봄 처녀를 닮았다.

무채색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개나리의 모습은 봄나들이를 떠나는 수줍음 많은 봄 처녀를 닮았다.

진해 군항제를 비롯해 전국의 유명한 꽃 축제장에는 3년 만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만끽하지 못한 봄의 향기를 향유하고 싶어 그곳을 찾았을 것이다. 때마침 우리 집 창가에도 반가운 벚꽃이 피었다. 멀리 갈 수 없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가로수 길을 걸어보자. 몰래 피어난 봄꽃이 마음을 설레게 할 수도 있으니까.

무채색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개나리의 모습은 봄나들이를 떠나는 수줍음 많은 봄 처녀를 닮았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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