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노인도 톰 행크스라면… 따스한 반전을 기대하게 되네

김성현 기자 2023. 3.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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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오토라는 남자’
베스트셀러 소설 ‘오베…’가 원작
행크스 아들이 젊은 시절 연기
오토라는 남자, 영화

“요새 동네가 엉망진창이야. 동네에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

아내를 여읜 뒤 홀로 남은 노인 오토(톰 행크스). 쓰레기 재활용부터 주차(駐車)까지 일일이 잔소리를 퍼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집에 들어오던 전기와 가스, 전화마저 모두 끊은 채 극단적 선택의 고민에 빠지지만 그때마다 이웃 주민들이 성가시게 구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고집쟁이 오토는 어느새 마을 대소사에 발벗고 나서는 처지가 된다.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을 피해야 할까, 받아들여야 할까.

2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 소설가 프레드리크 배크만의 베스트셀러와 2015년 스웨덴 영화로 친숙한 ‘오베라는 남자’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스웨덴식 ‘오베’를 이번에는 ‘오토’로 옮겼다. 마을 이웃들과 갈등이 불거지거나 해결될 때마다 주인공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아픔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전개 방식도 흡사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을 맡은 배우다. 시종 괴팍함과 무뚝뚝함이 두드러졌던 2015년 영화 주인공(롤프 라스고르드 분)과 달리, 이번엔 주인공 오토 역을 배우 톰 행크스(66)가 맡았다. 행크스는 1994년 영화 ‘필라델피아’와 1995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연속 수상한 미국의 국민 배우. 이 때문에 그가 연기한 오토가 아무리 괴팍한 표정을 짓거나 욕을 입에 달고 살아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따스한 반전(反轉)을 기대하게 된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에서 주인공 오토 역의 톰 행크스(가운데). /소니 픽쳐스

반면 그가 독거 노인 역을 맡는 모습에 격세지감도 새삼 느낄 수 있다. 영화의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젊은 시절의 오토 역할은 톰 행크스의 아들인 트루먼 행크스(27)가 연기했다. 이들 부자가 주인공의 현재와 과거를 연기한 셈이다. 주로 촬영 감독으로 활동했던 트루먼은 마크 포스터 감독의 요청으로 이번 영화에 참여했다.

이 베스트셀러가 거듭 영화화되는 건 삶과 죽음, 현실과 추억, 절망과 희망이 절묘하게 맞물린 구성 덕분이기도 하다. 웃음과 슬픔이 동시에 녹아 있을 때 요즘 신조어로 ‘웃프다’고 하는데, 그 ‘웃픈’ 정서에 딱 어울린다. 이번 영화에서는 작곡가 리스트의 피아노 독주곡 ‘위안(Consolation)’ 3번이 회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위안’이라는 곡의 제목에도 영화의 주제가 숨어 있는 셈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시대에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진 노인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지만 이웃사촌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점에서는 ‘가족 없는 가족극’으로 볼 수 있다.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무엇보다 부부 관객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설령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티격태격 싸웠더라도, 보고 나면 화해하면서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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