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도 칼럼] 게임의 룰 정하기 앞서

정상도 기자 2023. 3.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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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진영 정치 폐해, 선거제 개편 논의 본격화…국회 전원위에 관심 집중
위성정당 꼼수부터 반성…‘민심 우선’ 다짐 실천해야

내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될 선거제도 개편안 논의가 본격화한다. 여야는 오는 30일부터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고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 끝장 토론을 벌인다. 여야는 지난 23일 전원위 심의를 거쳐 단일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2주 동안 참여한다. 2003년 이라크 파병을 논의하려고 소집한 이후 20년 만의 전원위다. 그만큼 민감한 현안이다.

그동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3개 안은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다. 모두 의원 정수는 300명을 유지한다.

이 아리송한 단어들 사이에 승자 독식과 정치 양극화의 그늘이 짙다. 2020년 4월 15일 제21대 총선(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전체 의석 300석 중 5분의 3인 180석(지역구 163석+비례대표 더불어시민당 17석)을 차지한 초유의 거대 여당이 됐다.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대승했으나 영남에서 대패했다. 수도권 121석 중 102석을 확보하고, 호남에선 28석 중 무소속 1석을 뺀 27석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부울경에선 40석 중 7석을 얻었지만 25석인 대구경북에선 전멸했다.

그 속내는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68.5% 득표로 96.4% 의석(28석 중 27석)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영남에서 55.9%를 득표하고 86.2% 의석(65석 중 56석)을 가져갔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49.9% 득표율로 163석을, 미래통합당은 41.4% 득표율로 84석을 차지했다. 8.4%포인트 득표율 격차에서 무려 79석에 달하는 의석 차를 보였다. 이 와중에 21대 총선 유권자 10명 중 4명이 던진 표는 사표(死票)가 됐다. 소선거구제의 결과다. 게다가 거대 양당은 꼼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통해 각각 17석과 19석을 더 챙겼다. 사표를 양산하고 비례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흠결을 가지며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는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폐해는 21대 국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극한의 대립 정치, 국민 전체가 아닌 우리 편만 안고가는 진영 정치다. 성적표가 둘 있다. 국민 57.8%가 다음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72.4%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여론조사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실시한 이 조사에선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두고 비동의가 57.7%, 동의가 29.1%로 반대가 더 많았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싸움박질에 이골이 났으니 일을 제대로 할 턱이 없다. 의정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일하는 국회법’에도 불구하고 월 3회 이상 법안소위 개최를 지킨 국회 상임위원회가 단 한 곳도 없단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제21대 국회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국회의원들이라고 이런 따가운 눈초리를 모르진 않을 터이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 개편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 지난 1월 30일 출범식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는 정치의 원인을 국민의 투표 절반 가까이를 사표로 만드는 현행 선거제도에서 찾으며 사표를 최소화하고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목표로 정파가 아닌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쟁하는 국민통합시대, 수도권-지방 양극화와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균형발전시대를 꼽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이들의 각오에도 위성정당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다. 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3개 안을 준비하며 검토했던 의원 세비와 인건비 동결, 특권 제한 방안 등이 빠졌다. 여야가 겉으로는 선거제 개혁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제몫엔 전혀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전원위는 먼저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으로 만든 거대 양당 지도부의 사과로 시작해야 한다. 또 현행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를 해소하려면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래야 국민통합과 균형발전을 이끌 제도를 논의할 수 있다. 올해 초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과 전원위를 소집한 김진표 국회의장, 그리고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현역 절반에 육박하는 의원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잣대다.


서로 정파적 견해가 다르다고 밥도 같이 안 먹고 결혼도 안 하겠다는 정치적 내전 상태가 대한민국 현실이다. 내년 총선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시한은 4월 10일이다. 전원위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국민이 지켜본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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