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동물의 법적 지위

경기일보 입력 2023. 3.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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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위원장

어느 저녁식사 모임 자리다. 자기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 이야기로 모두들 재미있어 한다. 다른 이는 반려견 때문에 자기는 집에서 찬밥 신세라고 한탄한다. 중년의 남녀 모임인데, 자녀나 건강 이야기보다는 반려견 근황으로 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젊은이들은 아기를 낳지 않고, 노인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사회가 아니라 초고령사회라고 할 만하다.

영국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201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여행하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자 원숭이 암컷 한 마리가 그의 카메라를 낚아채 사진을 찍었다. 이 가운데 몇 장은 셀카였다. 3년 뒤 이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에 올라갔다. 슬레이트는 2014년 1월 자기 카메라에 찍힌 원숭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위키미디어에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위키미디어는 사진 내리길 거부했다. 위키미디어는 원숭이의 셀카가 슬레이터의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진을 찍은 것이 원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숭이가 찍은 사진 역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우리나라는 민법상 권리의 주체는 사람과 법인이고, 권리의 객체는 물건이다. 현행 민법에 의하면 반려견은 권리의 객체인 물건이다. 따라서 반려견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다. 반려견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민법에서는 ‘동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동물보호법에 동물의 정의와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러한 반려견 등을 포함한 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에 대해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던 부부가 이혼하게 되는 경우 반려동물은 양육의 개념이 아닌,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부부의 이혼 시 반려동물의 보호권과 관련된 내용을 신설하려는 민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즉,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명확히 규정하고 부부의 이혼 시 반려동물의 보호권과 관련된 내용을 신설하려는 것이다.

민법개정안의 취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물에 대해 물건이 아니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동물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현실을 보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권리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의 출생, 즉 인구 감소를 탓하기보다는 사람이 태어나도록 하는 인구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사람 중심의 세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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