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황당한 저출산 대책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 정도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6년간 투입한 저출산 예산이 무려 280조원이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예산을 퍼붓는데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이 없는 데다, 예산이 직접 연관성이 없는 엉뚱한 곳에 지원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청년 창업지원을 한다며 게임·만화기업 등에 지원한다든가, 가족여가 진흥을 위해 템플스테이에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영유아를 직접 지원하는 예산 비중은 감소했다.
최근 내놓는 저출산 대책은 더 황당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1월 아이 셋을 낳으면 4천만원의 대출을 탕감해주는 안을 내놨다가 철퇴를 맞았다. 이어 국민의힘이 20대에 자녀를 셋 낳은 아빠의 병역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했다. 20대에 결혼도 힘든데 자녀 셋이라니, 논란과 비판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자녀 수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차등 확대’ 방안도 검토했다. 1자녀 부모는 1억원, 2자녀 부모는 2억원, 3자녀 부모는 4억원까지 조부모에게 증여받아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이 역시 비판이 일자, ‘그냥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이 내놓은 출산장려 대책도 웃긴다. 결혼하지 않거나 늦게 결혼하는 풍조가 출산율을 낮춘다고 지적하면서 기업과 공공기관 협조하에 휴학을 하거나 해외연수를 다녀오느라 늦게 졸업한 대학생에게 채용 때 불이익을 주자는 제안이다.
정부·여당과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대책만 쏟아내니 출산율이 오를 리 없다. 젊은 남녀가 아이 낳기를 꺼리는 건 아이를 기를 만한 여유가 안 되고, 사회적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45.2%)가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한다. 저출산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우선 출산휴가·육아휴직만이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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