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쿠오 바디스, 대한민국?

경기일보 2023. 3.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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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요한복음서 13장 36절, 시몬 베드로가 물었다.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도미네, 쿠오 바디스?·Domine, quo vadis?).” 예수께서 답하시길 “지금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쿠오 바디스’는 고대 로마의 부패와 잔인함을 묘사한 서사시로 출간된 지 10년 만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향락을 일삼고 국정을 돌보지 않으며 시적 영감을 얻기 위해 로마에 불을 지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배수로를 통해 급박하게 대피하는 장면과 같은 네로 궁정의 퇴폐적인 향연이나 초기 기독교도들이 겪는 박해 등의 생생한 묘사가 일품인 작품이다. 네로 황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로마시민들이 폭도로 변하자 기독교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콜로세움에서 사자의 먹이로 주고 불태워 죽이기도 하며 살육쇼를 벌인다. 이를 영화화한 영화 ‘쿼바디스’에서 네로 황제는 “난 군중의 목이 딱 한 개였으면 좋겠어. 그걸 잘라 버리게”라는 소름 돋는 대사까지도 날린다. 고대 왕정시대에나 가능한 폭력적인 정권과 말로를 보여주는 영화사에 길이 남는 수작이다.

현재의 대한민국과 비교해 생각해 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왕정시대에나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참혹한 국가폭력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다. 일관된 기조의 국정운영 철학이 없다 보니 지향하는 바 없이 우왕좌왕하며 삐걱거리는 일이 허다해 ‘국정난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국정 운영의 기본 3요소인 ‘정책’, ‘인사’, ‘소통’ 모두가 불협화음뿐이다. 전 정부와의 차별로 소통을 강조하며 시작했던 ‘도어스테핑’은 어느샌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오히려 미국 국무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는 대통령실과 여권의 언론에 대한 과도한 대응이라며 ‘폭력적’이라고 했고 인사는 장관부터 얼마 전 발생했던 국가수사본부장 자리까지 참사라고 할 지경으로 망가졌으며, 정책은 대표적으로 주 69시간제 근로에 대해 정부, 대통령, 대통령실 모두 다른 얘기로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위기로 7개월째 수출은 급감해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연일 경신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는 없고, 더욱이 얼마 전 친일외교 논란으로 역사적 인식과 민족적 자부심마저 흔들리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중요한 일들은 다 입법이 필요하다. 간절한 목표가 있으면 야당이 원하는 걸 좀 주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걸 할 텐데 지금 정부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그래서 국회 의석이 적어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노태우 대통령 때도 여소야대였다지만 그때와 달리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이 없어 소수파이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이런 여당 처음 봤다”라고까지 말한다. 특히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종교계와 학계,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유례없는 릴레이 시국선언을 하는 상황임에도 그들을 ‘반일감정으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으로 치부하고 일본은 연일 정상회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국 정부를 믿어 달라”는 얘기뿐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이 소통 자체가 부재다.

과연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quo vadis, korea?).” 안타깝지만 이런 상황들을 정리해 생각해 본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혼란의 연속으로 흡사 고대 로마 네로 황제 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 정치판에는 아첨꾼들이 판을 치고 민생을 돌보지 않으며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로마의 기독교인처럼 정치색을 씌워 박해한다. 그렇다면 왕정시대에 네로 황제가 마지막까지 행복했는가? 국가적 폭력과 독재는 그 끝이 명확하다. 영화의 마지막처럼 로마시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위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고 강한 의지를 지녀 지금은 촛불이지만 예수께서도 말하신 대로 나중에는 모두가 따라와 들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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