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초저출산 시대, 더 절실한 '맞춤형 교육'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는 12년 공부의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일이다. 학생은 물론 부모까지 죽기 살기로 입시에 매달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손을 놓는 부모가 꽤 많다는 것이다. 대학에 보내기만 하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정을 간섭으로 여기는 청년기 반발심도 부모의 교육적 관심과 개입을 막는 요인이 된다. 결국 대학생활은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박스'가 되고 전적으로 학생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 합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졸업 후 어떤 삶을 사느냐다. 물론 취업을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의 잣대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학교육을 마친 후 어떤 조직이나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과 사회적 가치의 발현에서 중요한 문제다.
대학 졸업식에 가면 세 부류의 학생을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는 취업하지 못한 학생이다.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얻었다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수명이 연장되고 평생 일할 기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장 취업을 못했다고 기죽을 일은 아니다. 기회는 계속 올 것이고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인데 이들은 다시 두 집단으로 나뉜다. 하나는 '나를 뽑아준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나 직업'을 선택해서 가는 것이다. 두 집단은 취업했다는 점에선 같지만 일과 삶에 대한 만족과 자아실현감(感)에서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학생들을 다른 길로 안내하는 것일까. 그것은 학생의 진로 성숙 수준과 대학 경험의 질이다.
먼저 '뽑아준 회사'로 직행하는 학생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장래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뚜렷한 생각 없이 지내다 졸업을 앞두고 '취준'(취업준비)에 몰두해서 일자리를 얻는 경우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기 어려운 부류다. 반면 '가고 싶은 회사'를 선택해서 가는 집단은 저학년 때부터 자기 적성, 흥미, 강점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대학생활을 통해 꿈을 키우고 미래 삶을 준비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직업세계에서 자신의 꿈과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찾고 대학에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한다. 대학 게시판을 꼼꼼히 살피는 '공지사항녀(女)와 공지사항남(男)'들이다. 꿈과 관련된 활동으로 '스펙'을 쌓고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어느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가장 반가운 지원자가 자신이 키워온 꿈, 가치, 스토리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들에게는 질문거리가 많고 면접도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대학에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바로 취준 안 하고 취업하는 길이다.
진로교육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우리는 인재의 힘으로 발전한 나라다. 하지만 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접근이 요청된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입시에 매몰된 공부를 하고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과공부에 흥미를 갖기 어렵고 전공과 일자리가 불일치할 가능성도 크다. 교육과정과 대학경험도 학생의 배경, 재능과 소질, 꿈과 진로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체제였다. 이제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시대가 됐다. 100명의 학생에겐 100개의 성공모델이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적재적소에서 꿈과 잠재력을 펼치는 '낭비 없는 학습과 인재활용' 체제를 갖춰야 한다. 핵심은 학교와 대학이 제대로 된 진로교육과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다.
챗GPT 열풍이 빅데이터와 AI 시대를 실감 나게 한다.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학생의 꿈과 진로에 맞춰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맞춤형 학습 시대를 꽃 피울 수 있다. 이는 저출산 파고를 넘어 학생 성공과 인재 주도 성장을 열어가는 핵심전략이 될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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