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벚꽃 필 무렵

곽아람 기자 2023. 3. 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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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티스트 ‘미드저니’에게 “‘창의성(creativity)’을 그려줘”라고 했더니 1분도 안 돼 그린 그림. /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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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큰 화제는 AI.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겼을 때의 충격이 챗GPT의 본격적인 등장과 함께 가속화되면서, 이러다가 인간이 AI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각종 가설이 쏟아집니다.

과연 AI는 인간을 능가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지난 주말 Books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창의성이란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발휘되는 것이므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AI 예술가들도 인간 못지 않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을 내놓은 ‘아티스트 인 머신’. 그리고 ‘지능’이란 생명체가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 무생물은 지능을 가질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논의를 펼치는 ‘지능의 탄생’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창의성, 인간의 전유물 아냐” vs “AI는 주어진 문제만 해결”

산책길에 이른 벚꽃을 만난 날, 분홍 꽃잎의 여린 아름다움이 종일 눈에 아른거려 잠자리에 들기 전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고도(古都)’를 펼쳤습니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신사의 정원을 분홍빛으로 수놓은 만개한 벚꽃이었다. ‘실로 이곳의 벚꽃 외에는 교토의 봄을 대표하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사의 정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발한 벚꽃의 분홍 빛깔이 치에코의 가슴 밑바닥까지 가득 피어나는 듯 했다. ‘아아, 올해도 이렇게 교토의 봄을 만났구나’ 하고 치에코는 그 자리에 선 채 미동도 않고 바라보았다.”

<YONHAP PHOTO-7650> Visitors walk along a sightseeing destination in Kyoto, western Japan Monday, March 13, 2023. Japan on Monday dropped its request for people to wear masks after three years, but hardly anything changed in the country that has had an extremely high regard for their effectiveness at anti-virus protection. (Kyodo News via AP) JAPAN OUT; SIPA OUT; MANDATORY CREDIT/2023-03-13 20:11:3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고도’는 교토를 배경으로, 갓난아기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치에코가 친구와 함께 헤이안 신궁(平安神宮)의 벚꽃 구경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가와바타는 “꽃을 남김없이 다 보고 싶다”는 치에코의 눈을 통해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으로 교토의 봄풍경을 그려냅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 “서쪽 회랑 입구에 서자 온통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분홍빛 벚꽃 무리가 홀연히 봄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봄 그 자체다. 축 늘어진 가느다란 가지 끝까지 여덟 겹의 분홍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그런 꽃나무 무리는 나무가 꽃을 피웠다기보다는 가지가 꽃들을 떠받쳐주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A view shows cherry blossom trees over a pond at Ueno park in Tokyo, Japan, March 21, 2023. REUTERS/Androniki Christodoulou

책갈피 속에 만개한 봄을 즐기다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봅니다. 저 산의 봄빛은 아직 아련하지만, 이내 ‘고도’의 봄처럼 선명하게 요염해지겠지요. 봄나들이 계획한 날 혹 해가 나지 않더라도 아쉬워 하지 마세요. 봄은 그저 봄이니까요. 가와바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꽃이 필 무렵이라 약간 흐리고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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