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은행 위기, 한국에도 불똥 튈라

박채영 기자 2023. 3. 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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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대출 태도로 자금시장 경색, 실물 경기에 위협 가능성
각국 정부·중앙은행 긴급 지원으로 급한 불 껐지만 불안감 여전
긴축 기조 확산 탓 경기침체 우려…한국 수출·증시에도 악영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은행권 위기가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DB)까지 미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급 지원에 나서면서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자칫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BS와 인터뷰하면서 “은행권 스트레스가 경제를 둔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매우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금 인출 속도가 둔화하고 미국 중소·지방은행들이 신뢰를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은행과 대출자들의 불안으로 자본시장이 계속 닫혀 있게 되면 경제에 더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도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은행권 위기로 유럽에서 신용 기준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이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은행권의 위기가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방크는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에 주가가 8% 이상 급락했다. 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ECB는 필요할 경우 유동성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최근 은행권 위기에 대해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권 사태는 시스템 리스크보다는 경기 리스크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확률상으로 위험한 은행은 있지만 연쇄적인 위험은 없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경기둔화 효과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의 대출 태도가 2008년 리먼 파산 사태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긴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은행 파산이 국내 실물경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 충격은 다시 침체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최근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주식시장에 부담스러운 영향이 더해질 수 있다”며 “한국의 수출은 지난 1, 2월에 이어 3월에도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SVB 등 미국 중소형은행 폐쇄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금융위는 “현재까지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라며 “글로벌 금융 여건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 간 공조 및 금융권과의 소통을 지속하고 주요국 금융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내 증시는 도이체방크 위기설 등 은행권 불안으로 혼조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5.74포인트(0.24%) 떨어진 2409.2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3.58포인트(0.43%) 오른 827.69에 장을 마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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