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의 역설, 한숨 돌린 영끌족
주담대·전세대출 3%대로 하락
“인상 불씨 남아 고정금리가 유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사태 이후 금융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최저 연 3%대로 내렸다.
2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3.66~5.80%로, 최저금리가 3%대에 진입했다. 지난 7일엔 연 4.66~6.43%였으나 20일 만에 최저금리가 1%포인트 내렸고, 최고금리도 5%대로 떨어졌다.
고정금리가 하락한 것은 이들 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지난 10일 SVB 사태 이후 내림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던 이달 2일 4.564%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SVB 폐쇄 이후 아래로 방향을 틀어 지난 24일 기준 3.830%까지 내려왔다.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된 것은 연준이 SVB 등 중소은행발 금융 불안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점친 투자자들이 서둘러 채권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금융채 2년물을 지표로 쓰는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내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금융채 기준)는 이날 3.48~5.10%로, 20일 전(4.33~5.73%)보다 최저금리가 0.85%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금리 변동성을 키울 불씨로 남아 있다. 아직은 투자자들이 SVB나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을 개별 은행의 문제로 여겨 금융채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발전하면 금융채 투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금융채 금리가 치솟고, 대출금리도 오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시장금리가 다시 뛰면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며 “주택 실수요자들은 시장금리가 낮을 때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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