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중용, 친명 사무총장은 그대로…갈등 소지 잠복
‘이탈표 사태’ 수습 차원 해석
지명직 최고위원에 송갑석
친문계·정세균계 두루 발탁
일각 “방탄 탈피 의지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에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배치하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와 2차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을 고려한 당심 달래기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년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조정식 사무총장은 유임돼 비명계 호응을 얻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박성준 대변인은 “호남 몫 임선숙 지명직 최고위원 후임에 송갑석 의원이 지명됐고, 정책위의장에 김민석 의원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에 출마해 수도권·친명계 일색 지도부에 비판 의견을 내며 비명계로 분류돼 왔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86세대 운동권 출신이지만 2000~2010년대 긴 공백기를 거쳐 계파색은 옅다고 평가받는다. 김 의원은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에 대해 “단일대오에서 이탈한 정치행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에는 김성주 의원,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에 박상혁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에는 한병도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은 이 대표와 가까운 ‘7인회’ 출신 김병욱·김남국·문진석 의원의 뒤를 각각 맡는다. 수석대변인은 권칠승 의원, 대변인은 강선우 의원이다. 기존 대변인단 중 박성준·한민수 대변인만 유임됐다.
박 대변인은 당직 개편에 대해 “통합, 탕평, 안정을 고려했다. 이 대표가 이 세 가지를 직접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송갑석 의원과 친문재인계(한병도·권칠승), 정세균계(김성주) 등을 두루 인선해 친명 일색 지도부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다만 비명계가 주장했던 조정식 사무총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조 사무총장에 대해 “일을 잘해왔고, 평이 매우 좋았다. 안정을 추구하고 당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사무총장 적임자”라고 평했다. 박 대변인은 추가 당직 개편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도 “누군가를 만족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교체 등 대대적인 개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당직 개편은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 사태의 수습 차원으로 보인다. 당직 개편으로 당내 화합 모양새를 취해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올 경우 이탈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명계는 인선 폭과 면면을 비판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탕평보다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중요했는데 이번 인선에서 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방탄정당으로 계속 가면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온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은 “친문계가 포함됐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대표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낸 인사들이 얼마나 포함됐는지가 중요하다”며 “당직에 합류한 의원들 중 송갑석 의원을 빼면 이 대표를 비판한 사람은 없지 않나”라고 했다.
윤승민·신주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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