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든 국방장관 해임…역풍 커지는 이스라엘 ‘사법 개악’

이윤정 기자 2023. 3. 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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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사들까지 ‘입법 중단’ 요구…미국도 우려 표명
네타냐후 총리의 후퇴·강행 놓고 언론들 전망 엇갈려
시위대 향해 물대포 발사 이스라엘 경찰이 27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고속도로를 막은 채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편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을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입법에 반대하는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며 ‘사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까지 나서 입법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미 백악관은 이스라엘 우파 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타협을 촉구했다.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임 이유는 전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사회의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 이는 국가안보에 즉각적이고 실재하는 위험”이라며 “입법 절차는 중단돼야 한다”고 극우 연립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개편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갈란트는 이스라엘군 남부 사령관 출신으로 여당 리쿠드당 소속 의원이다. 그는 사법개편안에 대한 예비군의 반발이 커지고 현역 군인들까지 동요하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려의 뜻을 전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갈란트 장관 해임 뒤에도 정부 내에서는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날인 27일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트위터에 “국민의 통합과 책임을 위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면서 “깊은 근심이 국민을 휘감고 있다. 안보, 경제, 사회, 모든 것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극우 연정의 사법개편안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째 계속되고 있는 반대 시위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갈란트가 해임된 26일 밤 입법을 반대하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텔아비브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 거주지 인근까지 행진하자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시켰다. 하레츠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혼돈의 밤이 펼쳐졌다”고 표현했다. 최대 노동단체 히스트라두트는 이날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고, 의사연합과 변호사협회도 입법 중단을 요구하며 총파업 동참 의사를 밝혔다.

사회적 압박이 커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입법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칸은 27일 네타냐후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입법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크네세트(의회) 헌법법률사법위원회가 사법개편안 핵심 법안 심리를 마치고, 법안을 본회의로 넘겨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연정은 타협점을 찾는 대신 4월2일 유월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관련 청문회와 투표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아드리엔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일요일인 26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타협이 시급하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하레츠는 내다봤다. 연임 도전 발표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레츠는 “결국 이스라엘에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일은 국민 스스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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