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음소리 사라지는 시흥… 대책을 묻다

김형수 기자 2023. 3. 2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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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많이 낳으라는 정부… 아이 낳기 겁난다는 임부
문 닫는 분만 산부인과... 원정출산 ‘고행길’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 모습이란다.’ 1978년 ‘가람과 뫼’라는 가수가 불렀던 ‘생일’이란 곡이다. 전국 250개 지자체 가운데 산부인과 자체가 없는 지역이 20곳,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안 되는 지역이 63곳, 경기도내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6개소, 산과 부족에 따른 문제가 대두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최근 들어 국회가 종합병원 내 산부인과 개설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올해 3월 기준 시흥시 산부인과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총 15개소가 있다. 이 중 분만 의료기관은 지난해까지 3개소였으나 작년 말과 올해 2월 말 2개소가 분만을 중단하면서 시흥시 전체 분만 의료기관은 이제 마지막 1개소에 불과하다. 진료의료기관은 14개소다.

(왼쪽부터)분만 가능 산부인과 감소 추이 그래프, 방효설 시흥시보건소장, 이병익 시화병원 산부인과 과장

2021년도 기준 시흥시 인구 수는 51만5천58명, 가임여성 비율은 12만1천863명, 분만 건수는 3천541여건, 분만 기준 시간 내 의료이용률은 약 92.51%, 시흥시 관내 분만율은 약 28.8%에 불과하다. 약 71%는 인근 안산, 인천, 부천 등에 원정 출산하는 추세다.

경기일보는 ‘아이 울음소리가 멈춘 지 오래,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낮은 출산율에서부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흥시 분만 산부인과가 사라지는 현 상황에 맞는 정부와 지역 의료계의 현실 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방효설 시흥시보건소장 및 이병익 시화병원 산부인과 과장과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출산 시대 우리 시도 출산율 제고를 위해 산부인과 지원책을 펼치고 있으나 지자체의 노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보다 종합적인 출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방 소장은 “이제 시흥에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1개소밖에 남지 않았다”며 “광역단위의 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해 전문성을 갖추고 진료수가 정상화 및 분만실 유지 기본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산부인과 의료 수요가 줄어드니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지원을 하지 않고 낮은 수가, 인력난에 따른 업무 과중, 특히 남자 산부인과 의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법적인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해 의료진의 부담이 크다”며 “저출산 시대에 산부인과 의원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산부인과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소장은 “김학용 의원이 올해 1월 종합병원 내에 산부인과 개설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병원들의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 현실”이라며 “고위험 의료행위에 비해 낮은 의료수가, 저출산 문제, 고령 산모 증가, 전공의 기피 현상 등 의료수급 감소가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과장은 “병원 입장에서 시설적인 부분인 분만실, 신생아실, 진통실, 회복실, 모유수유실, 보호자 대기실, 신생아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의료장비 및 물품, 기본적인 시설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먼저”라고 했다.

그는 “인력 및 시스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분만 이후 응급 상황 발생 시 상급병원과의 협력체계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에서조차 전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 소장도 “고령 산모의 증가로 모성사망률 증가, 분만기관이 감소하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을 알고 있다”며 “지방정부만의 재정지원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정지원 시 출구가 보이지 않고 분만의사 수급 또한 난제”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의료사고의 90%가 분만 관련 건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 30%, 국가가 70% 보상하도록 돼 있다. 우리도 대만처럼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정부 예산으로 전액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만 해도 민간손해보험금으로 전액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부 및 지자체가 나서 수가를 재정비하고 자녀 출산에 대한 공적인 지원, 의료인력 수급 및 육성을 위한 방안 마련과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시화병원 산부인과가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으로 “전문적인 산부인과가 되려면 진료과목 세분화(산과, 부인과, 내분비, 종양)와 의료진 충원이 필수 요소”라며 “분만센터 개소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종합병원에서 모든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방 소장은 “분만하는 산부인과 문제는 지난 2004년부터 이어온 고질적인 기피 문제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산부인과 의사의 인적자원 확보계획 수립 및 시행, 사고의 위험 없이 분만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만환경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맺었다.

이 과장은 “야간당직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노동의 부담, 의료소송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가 분만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라며 “출산율 감소, 진료항목 중 상대가치점수의 저평가, 중증·응급환자의 발생 빈도 높음, 남성 의사 기피(전공의 남녀 비율 1 대 9 수준) 등이 전공의 부족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민간병원보다는 깨끗한 환경과 최첨단 시설을 갖춘 전문적인 병원에서 산모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정책상 공공병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간병원 위탁운영을 위해서는 시설 지원과 적자 손실보상 등 공공성 강화 지원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국가에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필수진료과로 의무 설정한다 해도 일부 시설 및 장비만 남겨둔 채 분만을 하지 않고 병원 운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산과 운영이 녹록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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