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피해 완전 극복… “더 단단해진 쇠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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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으로 영롱한 빛깔의 쇳물이 흐른다.
약 1440도로 녹아내린 철은 바깥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주황색, 노란색, 하얀색 빛을 내뿜으며 레일을 타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들이닥친 물의 양은 여의도를 2.1m 높이로 채울 약 620만t이었다.
이젠 침수 피해 극복으로 더욱 단단해진 철강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스마트 공정을 앞세워 첨단 제철소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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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49년 만에 가동 중단
민관군 협력… 135일 만에 정상화
“다른 나라였다면 문 닫았을 것”
천장에 진흙 등 곳곳 상흔 여전
‘스마트 고로’로 경쟁력 거듭나
발밑으로 영롱한 빛깔의 쇳물이 흐른다. 약 1440도로 녹아내린 철은 바깥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주황색, 노란색, 하얀색 빛을 내뿜으며 레일을 타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쇳물 주변에 가득 늘어선 파이프, 어지러이 공중에 매달린 밸브, 치솟는 수증기,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바삐 움직이는 작업자들의 모습은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제철소에서 만난 최주한 2제강공장 공장장은 그날 새벽 걸려온 전화를 상기했다. 한 직원이 수화기 너머로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의 세 배 면적에 달하는 11.3㎢(약 342만평)의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들이닥친 물의 양은 여의도를 2.1m 높이로 채울 약 620만t이었다. 창사 54년 만, 첫 쇳물을 생산한 지 49년 만에 제철소는 모든 가동을 멈췄다.
이날 프레스투어는 제철소가 완전 정상 조업체제에 돌입한 지 두 달여 만에 진행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들뜬 목소리로 “저희가 어떻게, 어떤 심정으로 기적을 이뤄냈는지 자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철소는 지난 1월20일 침수 135일 만에 정상화됐다. 포스코그룹 전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약 140만여명이 작업에 투입됐다. 제철소에서 만난 천시열 공정품질 담당 부소장은 포항제철소 복구 현장을 본 필립 엥글린 WSD(철강분석기관) CEO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였으면 그대로 회사 문을 닫았을 것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복구 총력전을 벌였던 2열연공장을 찾았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 연간 생산량의 3분의 1인 500만t이 생산되는 핵심 공장으로, 냉천과 가까워 피해도 가장 컸던 곳이다. 배수 작업에만 4주가 걸렸고, 물을 뺀 뒤에도 2주에 걸쳐 30㎝에 달하는 뻘을 파내야 했다.
2열연공장엔 여전히 그날의 상흔이 남았다. 기름방으로 불리는 약 8m 높이의 ‘유실’ 천장 쪽엔 벗겨지지 않은 진흙 자국이 보였다. 공장 외벽 곳곳엔 당시 물이 차오른 지점인 1.5m를 표시한 표지판이 서 있었다. 2열연공장이 정상화된 지난해 12월15일 이후 99일째 되는 날이었지만,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포항제철소는 완전 정상화 이후 제품 품질을 침수 이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젠 침수 피해 극복으로 더욱 단단해진 철강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스마트 공정을 앞세워 첨단 제철소로 거듭나고 있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항제철소의 2고로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고로’로서, 용광로 스스로 딥러닝을 통해 통기성, 연소성, 용선 온도, 출선량 등을 제어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3고로, 광양제철소의 3·4고로도 스마트 고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포항=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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