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독수리표 '진짜 야구' 보여드리겠다"

박계교 기자 2023. 3. 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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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한화이글스 단장
FA, 포지션 경쟁 통한 시너지 효과 기대
문동주·문현빈, 올해 가장 기대되는 선수
팬들이 원하는 야구할 수 있게 준비
손혁 한화이글스 단장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달라진 것은 없다. 이미 한솥밥을 먹던 식구였다. 얼굴 부대끼며 보내온 시간이 오래다. 선수들 속속들이 다 아는 처지라 소위 간을 볼 사이도 아니다. 프로스포츠 구단이기에 팬들을 위해 이기는 경기를 보이려는 목표는 같다.

손혁 한화이글스 단장. 인기선수에서 방송 해설가로, 코치와 감독까지 야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로 한화에 영입, 1년간 말 그대로 팀 옷매무시를 만졌다. 코디를 하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이 안 쓰인 곳이 없다. 그리고 정민철 단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손 단장이 추구하는 선수단 운영 방향은 경쟁이다. 올해 FA를 통해 한 전력 보강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서로 포지션 경쟁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한편으로는 부상을 당했을 때 바로 대체 선수를 투입, 전력 누수가 없는 팀을 만드는 게 손 단장이 말하는 팀 색깔이다. 예를 들면 기존 노시환이나 정은원이 좋은 선수지만 노시환과 정은원 같은 선수가 한두 명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FA에서 포지션이 겹치는 채은성과 오선진 등을 영입했다.

그는 "자기 포지션에 안주하지 않게 꼭 누군가 같이 붙어서 이겨야지만 뎁스(주전과 백업의 실력)가 계속 쌓여서 혹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도 이것을 막을 수 있다"며 "올해 FA 영입 선수들은 그런 의미로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손 단장은 LG로부터 90억 원의 거액을 주고 데려온 베테랑 채은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채은성이 첫해부터 잘해주면 좋겠지만 손 단장이 채은성에게 바라는 것은 따로 있다. 채은성이 베테랑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행동을 모든 선수들이 따라 주기를 바라고 있다.

손 단장은 "채은성과 계약을 할 때 그가 한 말 '베테랑이 나이 들어서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 행동을 통해 후배들이 따라 하는 게 베테랑'이란 말을 듣고 제가 딱 원하는 선수라 느꼈다"며 "최근 훈련 후 대부분 선수들이 쉬는데 채은성은 혼자 나가서 더 연습을 하더라. 나이 많고 연봉도 많이 받는 선수가 저렇게 하니 밑에 있는 선수들이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채은성을 잘 데려왔다는 생각을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손 단장은 용병 영입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한화가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이 부분의 공백을 메울 고민을 했다. 선수들이 수비 훈련을 그만큼 많이 해야겠지만 안타 확률을 줄이는 방법도 한 가지다. 공이 빠르고 삼진 비율이 높은 구위가 좋은 선수를 뽑았다.

그는 "지난해 우리팀에 있던 페냐는 마지막 7게임 중 삼진 비율이 10을 넘겼다. 삼진비율이 많다는 것은 타구가 나갈 확률이 낮아진다는 얘기가 아닌가"라며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를 거친 스미스는 193㎝의 큰 키에서 나오는 150㎞가 넘는 직구를 갖고 있다. 공이 빠르다는 건 아무래도 타구의 질이 약하게 나가니까 수비하는데 부담이 적다. 스미스를 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손 단장이 거포 용병타자를 택한 이유도 지난해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서 나왔다. 지난해 한화는 안타가 계속 나와야 점수를 뽑는 경우가 많았다. 장타가 부족했다. 큰 것 한 방을 터트려 줄 수 있는 힘 있는 타자가 필요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를 거친 오그레디는 지난해 터크먼에 비해 장타력을 갖춘 중장거리 유형의 파워히터 좌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손 단장에게 올해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공교롭게도 투타 1명씩을 지목했다. 선수 이름을 듣는 순간 1명은 '그렇지'와 1명은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150㎞ 후반의 직구를 거침없이 뿌려대는 '문동주'. 이미 2022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아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강속구 투수로 매스컴의 이목을 받아왔던 그지만 지난해 부상 등으로 팀 기대치를 벗어났다. 지난해 30이닝을 못 채워 올해도 신인 자격이다. 하지만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다르다. 투수 출신인 손 단장의 눈에도 일을 낼 것 같은 예감이다. 한화의 에이스를 넘어서 차세대 국가대표를 짊어질 재목이라는 게 손 단장의 평가다.

손 단장은 "아직 (한시즌) 풀로 뛰지 않았지만 지금 가고 있는 걸 보면 문동주는 기대가 된다"며 "보통 155㎞ 이상을 던지고 있고, 행동이나 태도 등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10년을 이끌고 갈 선수다. 문동주에게 올해와 내년이 중요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손 단장은 신인선수는 잘 믿지 않는다고 했다. 전력 외 구상이다. 잘 해주면 고맙지만 못해도 그만이다. 배우면서 크는 게 신인이다. 1군 엔트리에만 들어도 잘하는 거다. 신인들이 성적을 내기에 프로는 그만큼 만만치 않다. 그의 입에서 뜻밖에 지난해 입단한 20살 '문현빈'이란 이름이 나왔다. 프로필상 천안북일고 출신에 174㎝, 82㎏으로 크지 않은 체격의 문현빈이다. 외부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김서현과 함께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신인 중 한 명일 만큼 한화의 비밀병기다. 시범경기에서 신인답지 않은 타격으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손 단장도 문현빈의 공격적인 눈빛에 매료됐다.

그는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면 프로선수들의 공을 처음에는 헤맨다. 왜냐하면 공에 힘도 있고, 훨씬 날카로운 변화구 때문이다. 근데 문현빈은 이를 대처하는 게 여는 신인들과 달랐다"며 "눈빛이나 행동이 공격적이고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믿을 만하다"고 칭찬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화 성적은 말이 아니다. 최근 3년간만 봐도 꼴찌다. 기대치가 확 떨어졌지만 그래도 팬덤 만큼은 쳐지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보살팬'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까. 한화는 '독이 든 성배'를 들어야 하는 팀이다. 손 단장에게 조심스럽게 올해 성적을 물었다.

손 단장은 "지난해까지 성적이 안 좋았는데 올해 잘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순위를 말하는 것도 좀 그렇다. 수베로 감독과 많은 대화를 했고, 서로 지향하는 점도 같다"며 "전략보강은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지금 상태면 저희가 올해가 아니더라도 최소 2년 안에는 원하는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초석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단장은 한화 팬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팬들이 구장에 찾아와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데, 좋은 성적으로 보답을 하지 못해 상당히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팬들에게 성적이 안 좋은데 응원만 해달라고 할 수 없다. 예년과 다르게 준비를 했다. 1-2년 안에 팬들이 원하는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보여드리겠다. 올해도 야구장을 찾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대담=박계교 디지털뉴스2팀장ㆍ정리=김소현 기자

-손혁 단장은

충남 공주 출신인 손 단장은 공주고와 고려대를 졸업 후 LG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KIA타이거즈, 두산베어스, 미 노폭타이거즈를 끝으로 은퇴했다. MBC SPORTS+ 해설위원과 넥센히어로즈 1군 투수코치, SK와이번스 1군 투수코치, 키움히어로즈 감독 등을 지냈다. 한화이글스 인스트럭터,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를 거쳐 지난해 10월 단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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