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안견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는 조선 초기의 화단을 이끌었던 화원 화가 안견에게 안평대군이 꿈에서 도화(桃花)가 만발한 도원을 친구인 박팽년, 신숙주, 최항과 함께 어울려 노닌 것을 이야기해 주자 안견이 3일 만에 꿈의 내용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몽유도원도에서 안견의 필묵법과 준법 등을 통해 그가 곽희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으며 좌하단에서 우상단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선 구도로 작품을 구성한 점이나 좌측은 정면에서 바라보는 평원법을 사용했고 우측에는 위에서 바라보는 부감법으로 시점 처리를 해 대비를 주는 등의 안견 고유의 화풍도 잘 나타나고 있다.
화면의 좌측을 보면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익숙한 토산으로 구성돼 있어 우측으로 이어지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도원으로 가는 길과 대비된다. 좌측 하단부에 두 갈래 길이 있는데 한 길은 복사나무를 따라 이어져 있고 다른 길은 우측의 거대한 바위산으로 휘감듯이 길이 나 동굴로 이어지고 있다. 그 옆으로는 물이 흐르며 운치를 더한다.
다시 그 우측을 보면 도화가 핀 곳에 2단 폭포가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 도화가 만발한 도원향이 펼쳐진다. 도원향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감법으로 시점을 전환했다.
도화는 선홍색으로 그어졌으며 꽃 사이사이에 금박을 넣었고 잎은 초록의 고운 설채로 그려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나무 등의 경물은 구륵법으로 표현돼 있으며 도원의 우측의 끝에는 자그마한 집이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사나무 사이와 화면 곳곳에 물안개가 깔려 있어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몽유도원도에는 그림과 함께 시문이 쓰인 두루마리가 있는데 여기에는 안평대군과 신숙주, 최항, 김종서 등 당대 뛰어난 학자들이 쓴 글이 남아 있어 예술적·문학적 가치는 물론이고 서예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조선 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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