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살고자 향한 동굴 '지혈궤'.. 4.3 피난의 역사 그대로

제주방송 김동은 2023. 3. 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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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마을에 대한 강경 진압이 시작된 지난 1948년 11월.

양봉수(93세) 제주시 한림읍"'한대비케'는 (피난민들이) 다 집중적으로 가서 한 마을이나 다름없었어. 지혈궤라고 무지 많이 살았어. 한 100명까지도 살았지...굉장히 넓어 안에 가면..."

중산간 솔도마을에서 '한대비케'까지는 직선거리로 4킬로미터, 지혈궤와 한대궤는 1백미터 가량 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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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마을에 대한 강경 진압이 시작된 지난 1948년 11월.

중산간 마을은 무차별 토벌의 현장이 됐습니다.

"토벌하면 폭도라고 다 잡아가니까 어린아이도 다 도망갔어. 어린 아이도 있었는데 어린아이한테 너네 아버지, 어머니 어디 갔냐고 막 패니까 아이들도 다 도망가는거라 그때는..."

당시 중산간 마을에 살던 양봉수 할아버지 역시 이 시기 일명 '한대비케' 라 불리던 곳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한대오름 인근의 경사지라는 뜻의 '한대비케'에는 4·3 당시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특히 한대비케 안에 있는 일명 '지혈궤'라는 곳에서는 수많은 피난민들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양봉수(93세) 제주시 한림읍
"'한대비케'는 (피난민들이) 다 집중적으로 가서 한 마을이나 다름없었어. 지혈궤라고 무지 많이 살았어. 한 100명까지도 살았지...굉장히 넓어 안에 가면..."

제주시 애월읍
이 증언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한대비케'와 '지혈궤' 위치를 확인해 봤습니다.

깊은 숲 속으로 1시간 가량 능선을 올랐습니다.

바위 옆에 작은 구멍 하나가 발견됩니다.

성인 한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구멍 안으로 직접 내려가 봤습니다.

안쪽에는 길이만 10미터가 넘는 커다란 공간이 나타납니다.

한대비케 일대의 지하와 연결된 좁은 입구와 넓은 공간, 증언과 일치하는 '지혈궤'입니다.

김동은 기자
"이곳은 외부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이처럼 내부에서는 커다란 공간이 있어 4·3 당시 최적의 피난처로 추정됩니다"

굴 안쪽에서는 4·3 당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깨진 그릇들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굴 안은 겨울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피난민들이 몸을 숨기기에도 적당합니다.

한상봉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증언에 따르면) 부녀자, 노인, 어린이들이 모여서 한 30여명 정도가 있었고, (토벌대가) 이 입구를 막아버립니다. 주변에 있던 청년들이 와서 입구의 돌을 치워주죠. 여기에 있던 분들이 다 도망가는데..."

이 지혈궤 인근에서는 녹슨 숟가락과 4·3 당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탄까지 발견됩니다.

게다가 이 일대에서는 당시 피난민들이 많이 숨었다는 일명 '한대궤'도 확인됐습니다.

궤 앞쪽으로는 피난민들이 쌓아올린 돌담도 발견됩니다.

중산간 솔도마을에서 '한대비케'까지는 직선거리로 4킬로미터, 지혈궤와 한대궤는 1백미터 가량 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한대비케에는 애월 뿐만 아니라, 한림, 안덕 주민들도 몰려들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한상봉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이 주변에 보면 궤가 '지혈궤'만 있는게 아니고 바로 앞쪽에 '한대궤', 그 다음 이름을 알 수 없는 궤들이 있고, 이런 궤들이 주변에 계속 몰려 있다보니까 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제주 서부지역 최대 피난처로 꼽히는 한대비케 일대에서 무차별적인 토벌로 수많은 피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검거돼 결국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된 실체도 규명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JIBS 제주방송 김동은 (kdeun2000@hanmail.net), 윤인수 (kyuros@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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