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소동 속에 더 강해진 트럼프와 2024년 미국 대선 [박홍민의 미국정치 탐구]

입력 2023. 3.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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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트럼프 반발 속 미뤄진 검찰 기소
디샌티스 지사의 오락가락 자충수
민주당도 대선 잠재후보 오리무중

지난주 미국에서 단연 주목을 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소동이다.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당시 후보가 과거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합의금을 지불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뉴욕주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18일 주말에 트럼프가 자신의 체포 가능성을 주장하며 지지자들에게 항의할 것을 종용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21일 화요일에는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가짜 폭발물 신고 때문에 트럼프 가족의 민사재판이 잠시 중단되었고, 22일 수요일에는 트럼프가 체포되거나 죄수복을 입은 가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녔다. 급기야 24일 금요일에는 맨해튼 지검장에게 백색가루가 배달되면서 살해 협박도 있었다. 뉴욕주 검찰은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뤘고, 트럼프는 한 번 더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기소되면 "죽음과 파괴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면서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사람들의 70% 이상이 트럼프의 혐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과반수는 뉴욕주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나 공화당 대권주자들의 생각도 이와 유사하다. 더구나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여론마저 생기고 있다. 트럼프 지지도는 작년 중간선거 직후 최저치인 37%에서 최근 43% 정도까지 회복했다. 또 공화당 경선후보 여론조사에서 2월 초까지는 트럼프와 론 디샌티스가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3월 초 이후 트럼프가 1위를 확고히 탈환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건국 이래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여론은 아리송하다. 이를 반영하듯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입장이 왔다 갔다 한다. 트럼프 극렬 추종자들의 주장을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분쟁'이라고 말했다가 최근에는 공화당 주류의 견해를 따라 '푸틴은 전범'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또 최근 여러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코로나 대처 정책을 비판하다가 트럼프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쇼라고 반대했다.

대다수 한국 언론은 이를 두고 디샌티스가 트럼프와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의 트럼프 지지층과 결별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중간선거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확인했듯이 그들의 규모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샌티스의 최근 움직임은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줄다리기 정도에 더 가깝다. 다른 정책은 몰라도 이 두 가지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통일된 의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리틀 트럼프'라고 불리며 트럼프의 복사판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변화이긴 하다.

민주당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의지가 충만하지만 작년 중간선거 이후 지지도가 떨어지기만 한다. 취임 이후 최저 수준에 임박했다. 지난 2월 대선 출마 선언을 기획하고 있다가 기밀문서 해프닝 때문에 연기되었는데, 최근 금융불안 문제 때문에 4월 선언도 확실치가 않다. 더구나 바이든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복잡한 심경도 문제이다. 민주당 지지자의 84%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53% 이상이 바이든 이외의 대선 후보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잠재 후보군은 정작 출마에 부정적이다. 바이든의 지지도가 낮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서 어느 후보가 나와도 2024년 대선 승리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에서 트럼프 이외의 후보가 나올 경우 더 힘들 수도 있다. 지난 몇 달 동안의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는 충분히 꺾을 수 있지만 디샌티스와는 반반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동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에서 모두들 내년 대선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본 셈이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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