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기업`된 KT… 대표 없는데 이사 11명 중 3명만 남을수도

김나인 입력 2023. 3. 27. 19:00 수정 2023. 3. 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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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에 이어 윤경림도 사퇴
임원 절반 이상 공석 '현실화'
사외이사 3명 연임도 미지수
31일 주총 대표없이 진행될 듯
상반기 수장 인선 가능성 희박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가 내정 20일 만에 공식 사퇴했다. 이에 따라 KT는 당장 다음달부터 대표 공석 상황이 된다. 재개 순위 12위, 50여개 계열사에 임직원 5만8000여명을 둔 KT그룹이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내이사인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에다 사외이사 3인까지 임기가 만료되면서 KT 이사회는 총 11명 중 3명의 사외이사만 남게 된다. 사실상 이사회 해체 수준으로, 남은 사외이사 3명이 임기를 이어갈 지도 미지수다. 남는 사외이사 3명 중 2명은 지난 정부에 가까운 인사들로 분류된다. 이사회가 아닌 별도의 비상기구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과 차기 대표 선임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KT 이사들은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내이사 0명…리더십 공백 현실로= 윤 사장은 27일 이사회에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전달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윤 사장의 사퇴로 오는 31일 KT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 대표이사 선임 안건과 사내이사로 추천받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선임안도 자동 폐기된다. 이미 사내이사 1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2명 선임이 불발되면 이사회에 사내이사가 한 명도 안 남게 된다.

◇사외이사 3명 연임 힘들 가능성= 여기에다 사외이사 8명 중 2명은 올 들어 중도 사퇴했고, 남은 6명 중 3명의 임기가 이달말 끝난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 등 사외이사 3명이 이번 주총에서 1년 임기 재선임에 도전하지만 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이들 사외이사 3인의 연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주총에서 이들의 연임이 무산되면 현 사외이사 6명 중 김대유·유희열·김용현 이사 3명만 남게 된다. 법적으로는 이사 3명으로도 이사회 정족수가 채워지지만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는 각각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으로, 지난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로 분류된다.

◇비상대책기구 구성 가능성= 이사진을 재구성한 후 차기 대표 공모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사외이사 구성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일명 '주인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KT에 사내이사가 전무한 상황에서 관련 논의를 이끌 주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초유의 경영공백 상황을 두고 현 이사회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만큼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편과 차기 대표 선임절차를 이끌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 이사진이 모두 퇴진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이사진 선임방식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과 차기 대표 선임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을 점친다. 전체 KT 직원 중 1만6000여 명이 속한 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은 윤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인 23일 성명을 통해 이사진 전원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 기관투자자 등이 모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사외이사 구성에서 시작된다"며 "사업에 대해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이사회 절반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 대표 선임에 최소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 이전 절차를 보면, 사내외 후보자 응모를 받아 1차 심사를 하고, 이사회가 면접 심사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부터 정상화돼야 한다. KT 노조에서 제안한 비상대책기구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어 지배구조 개편 논의부터 하고 차기 대표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 상반기 중 대표 선임이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 선임을 두고 파열음이 이어지면서 KT 내부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새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면 후보로는 세 번째고, 절차상으로는 네 번째다. KT 내부 관계자는 "광역본부나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크게 동요 없이 업무에 몰두하고 있지만, 대표 선임이 여러 번 무산되는 역대급 사태인 만큼 무력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욱 부문장, 대표 직무대행 할 듯= 한편 31일 주총 이후에는 구현모 현 대표가 임기를 만료하고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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