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장 vs 시의회, 볼썽사나운 감정싸움 ‘반복’ 논란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3. 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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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시의회 간 겹겹이 쌓인 감정앙금…“고래싸움에 시민만 피해” 볼멘소리
남원시장 “사주 받으셨어요?” 발언에…시의원들 발끈,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뿔났나” 최경식 시장과 대립각 시의회, 잇단 현안사업 예산 ‘무더기 삭감’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북 남원시와 시의회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진흙탕 싸움을 벌여 지역사회가 어수선하다. 남원시와 시의회는 조직개편안 부결, 공익감사 청구, 현안사업 무더기 예산삭감 등을 두고 격돌했다. 볼썽사나운 감정 대립도 이어졌다. 남원시장의 '막말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이 최근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인사문제를 비판한 시의원에 "의원님이 시장하세요", "누구 사주를 받으셨어요?"라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마구 쏟아내면서 양 측 간 감정대립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된 것이다. 지역사회에선 최 시장과 시의회 간에 감정의 앙금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오동환 남원시의원이 20일 남원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경식 시장을 상대로 인사발령 관련 제반 문제에 대해 시정질의를 하고 있다. 이날 최 시장의 과격한 발언 때문에 시의원들이 발끈, 한때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남원시의회

발화지점 '인사문제'…시장의 막말 논란 "의원님이 시장하세요" 

양 측의 감정선을 건드린 발화지점은 인사문제였다. 지난 20일 오전 남원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최경식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문의 주요 의제는 논란을 낳은 '불공정 인사'였다. 이날 의원들의 집중 질의에 대한 최 시장의 과격한 발언 때문에 시의원들이 발끈, 한때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오창숙 시의원이 본질문을 꺼낸 뒤 차례로 김길수, 오동환, 강인식, 이미선 의원이 보충질문에 나섰다. 임시회에서 한 가지 사안을 두고 다수의 의원들이 릴레이식으로 시정질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질문에 나선 의원들은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 사안마다 조목조목 따져가며 최 시장을 몰아붙였다. 특히 의원들은 법과 규정, 규칙이 정하는 사항을 찾아 대입하며 인사가 독단적인 권한남용으로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오동환 의원은 최 시장을 불러세운 뒤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 20명의 보직해임은 안 된다고 얘기를 했다"며 "인사운영 기본계획 어디에도 없는 조직개편"이라고 질타했다. 답변에 나선 최경식 시장은 "그걸 의원이 판단하시나요"라며 "이 앞에 있는 사람이 시장이냐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시장이 이어 '조직개편안을 왜 부결시켰나' '의원이 시장 하세요' 등의 발언을 하자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장내에 소란이 일었다.

그러자 시의장이 "시장님, 상호간의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주의를 줬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 시장은 감정이 고조되는 대목에선 "진짜 어이없네"라고 말했다. 최 시장의 직설적 화법엔 "누구한테 사주 받았느냐"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토록 양 측 사이에 감정싸움으로 번진 건 조직개편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지난 1월 조직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남원시의회의 관련 조례 부결로 무산됐고 이에 시의 권한인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직제를 정비하고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20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맞불을 놨다. 최 시장의 독단적인 시정을 견제하고 위법 및 부당한 인사처분을 시정함과 동시에 같은 사례 반복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최경식 남원시장이 지난 10일 열린 '현안보고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적극행정과 소극행정추진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적극행정과 책임행정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원시

앙금, 현안사업으로 튀었나…추경예산 4분의 1 '싹둑' 

문제는 이런 '감정싸움'의 폐단이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그치지 않았는다는 점이다. 불똥은 곧바로 시정(市政)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시의회가 현안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잇달아 뭉텅이로 삭감하면서다. 시의회는 24일 폐회한 본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827억원 가운데 203억원을 삭감했다. 

전체 예산의 4분의 1가량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삭감이다. 삭감된 예산 항목도 최 시장이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정하고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것들이다. 드론레저스포츠스타디움 건립비 100억원, 드론홍보전시관 조성 부지매입비 60억원, 경항공기비행장 활성화사업 부지매입비 10억원 등이 전액 잘렸다.

시의회의 무더기 예산삭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본회의에서는 본예산 가운데 149억원을 깎아냈다. 당시에도 드론항공산업 예산 22억원 가운데 17억원을 잘라내는 등 최 시장의 일부 역점사업 예산들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 시장 취임 직후인 작년 하반기의 추경에서는 전체의 40%가량인 518억원이 삭감되기도 했다. 

시의회 "감정적 대응 아냐"…집행부 '한숨'  

시의회는 펄쩍 뛰지만 이런 예산 삭감의 배경에는 최 시장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의회는 최 시장이 의회를 경시한다며 그동안 여러 경로로 시정을 촉구해왔다. 이번 본회의에서는 최 시장이 시의회의 조직개편안 부결 취지를 뭉개고 편법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며 융단 폭격을 퍼붓기도 했다.

집행부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간부급 공무원은 "아무리 감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공사 구분은 해야 한다"며 "예산을 무더기로 잘라내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감정적 대응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집행부가 최소한의 행정 절차도 밟지 않고 올린 예산 등만 손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 시장이 시의회를 경시하고, 소통과 설득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한 우려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건설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원시청 전경 ⓒ시사저널

'여론 뭇매' 맞는 남원시장…"의회 대놓고 무시, 놀랍다"

지역 여론은 최 시장이 보인 부적절한 태도에 뭇매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격한 언행과 의회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가 시민정서를 건드린 탓이다. 당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던 시정질문을 시청한 일부 시민들은 "의회를 대놓고 무시한다는 느낌과 완전히 공공이라는 것을 무시하는 사적인 자세였다"며 "시장이 어떻게 대의기구인 의회에서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지 놀랍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시장의 답변 자세를 성토했다.

남원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관련 내용을 게시한 글에 '남원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네요', '시의원들에게 저 정도면 직원들에 하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 '이래가지고 고향사랑기부하라고 입을 열기가 *팔리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비판 목소리가 새나왔다. 아이디 '공무원2'는 노조 게시판에 "꼭 누구에게 사주를 받아야 의원님들이 시장에게 인사 관련 시정질문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시장이) 상처인줄 알면서도 보직을 박탈했는지 그리고 그분(6급 직원 중 보직 박탈 15명)들이 상처가 아물었는지 확인해 보았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적었다. 

남원시공무원노조도 23일 성명을 내고 "지난 20일 최 시장이 시의회 시정질문 과정에서 '의원님이 시장하세요', '누구한테 사주받으셨어요' 등 막말을 일삼은 것은 시민을 대리하는 시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시정질문을 시정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정책 논쟁이 아니라 몽니와 생떼, 막말 답변으로 얼룩지게 한 점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 싸움에 시민들만 피해 입는 것 아니냐며 남원시와 시의회를 싸잡아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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