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빨간불’

송상호 기자 2023. 3. 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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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행궁 전경. 경기일보DB

 

경기도가 추진 중인 조선 정조 신도시 관련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4단계 심의 중 첫 번째 관문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산하의 잠정목록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산하 세계유산분과는 이달 초 회의를 열어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의 잠정목록 선정 여부를 심의했으나 참석 위원 8명의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등재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모은 예비 목록이다. 잠정목록 단계 이후 우선등재목록-등재신청후보-등재신청대상 등 4단계 국내 심의를 거친 후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잠정목록에서 탈락한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은 기존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 화성 융릉과 건릉을 비롯해 수원 화성행궁, 수원 화령전, 지지대비,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 만석거, 수원 축만제, 수원향교, 오산 궐리사 등 10곳을 아우른다. 

경기도 측은 해당 유적군이 정조가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보편적 가치인 효(孝), 애민 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건설한 신도시 유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도는 “유적군은 효, 애민, 교화 등의 보편적 가치가 정조 재위 당시 상공업 발달, 실학사상 등과 융합돼 단기간에 강한 목적성을 갖고 구현된 계획도시의 유형적 증거물”이라고 등재 신청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현지 조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 충족 여부와 등재 범위, 유산의 보존·관리 현황, 향후 보존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평가한 결과, 잠정목록 등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위원회 측은 “정조의 효, 애민, 교화가 인류 문명사에서 어떤 시대적·지역적 가치를 가졌는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보편적 가치를 실현한 특별한 사례로 설명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과 융건릉이 잠정 목록에 포함되기에는 보편적인 가치와 연계점을 새롭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등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미흡한 지점이나 지적 사항에 대해선 향후 문화유산이 소재한 각 시·군 및 관계 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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