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사기술에 다급한 美,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구애'

방위·항공우주에 연 60억弗 유입
스타트업들, 美국방부 진입 탄력
수년간 협력에도 성과 거의 없어
美국방부 시스템 개편 필요 주장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참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I(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젊고 혁신적인 실리콘밸리의 민첩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새로운 무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국과의 무기 기술 대결에서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이 실리콘밸리? 미국은 디트로이트 공업지대?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 국가안보혁신센터인 고디언낫센터의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중국이 무기 기술에 투입한 자본이 1조 달러(약 1300조 3000억 원)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블랭크 교수는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처럼 조직화되어 있지만 미 국방부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업체처럼 쇠퇴한 조직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WSJ은 전현직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은 소형 드론과 극초음속 미사일의 핵심 기술에서 미국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다급해졌다. 바이든 정부는 민간 스타트업들이 유망한 군사 기술을 빠르게 개발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펴고 있는 이유다. 자금도 흘러가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연간 약 60억 달러의 자금이 미국 방위 및 항공우주 기술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2017년 약 10억 달러보다 6배 증가한 규모다.

주로 안보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아메리카스프런티어펀드의 길먼 루이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도 미 국방부의 무기 기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의 민간 우주항공 기업이 미국 국방부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미 국방부 진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재무부 SVB 파산 후 신속한 예금 보장 조치 이유 따로 있다?

미국 정부가 이번 달 초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예치된 예금을 전액 보장한 조치를 꺼내든 것은 국방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부 스타트업이 위험에 처한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들과 미국 국방부의 협업 프로젝트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미국 재무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일부 군사 생산이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고 미국 국방부의 관계자가 전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군사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수년 동안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과 협력했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는 거의 없어서다.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의 트래이 스티븐스 파트너스는 "국방부가 대형 방산기업과 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VC로 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대형 방산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스탠퍼드대학의 블랭크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미국 국방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국방부의 시스템을 개편해 소수의 주요 방산업체 중심의 현 시스템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10개의 새로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이름을 국방부에서 찾아보지 못한다면 국방부의 작전은 실패할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