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검수완박 헌재 결정의 헌법적 문제점

입력 2023. 3. 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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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결정이 있었다.

법무부장관과 검사들이 청구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고, 법사위에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통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서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장한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인정했다.

법무부장관과 검사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은 검수완박 입법의 내용을 다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헌재 결정은 위장탈당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물인 검수완박 입법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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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결정이 있었다. 법무부장관과 검사들이 청구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고, 법사위에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통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서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장한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의결 및 이를 통한 검수완박 입법의 효력은 유효한 것으로 보았다.

헌재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고,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환영하면서 민형배 의원의 복당 이야기가 곧바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위장탈당의 위헌성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을 환영하는 것은 무엇이고, 또 위장탈당의 주역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법무부장관과 검사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은 검수완박 입법의 내용을 다투는 것이었다. 헌법상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검수완박 입법에 의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검사가 아니고, 따라서 영장청구권 및 수사권 등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헌재의 각하 결정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의 영장청구권 침해와 관련하여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각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수완박 입법에 의해 직접 제한되는 권한이 수사권인 것은 분명하다.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례에서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상·법률상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을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으로 일관되게 인정하였다.

그러면 법률상 권한인 수사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러한 수사권의 제한이 헌법상 권한인 영장청구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 대해 본안판단에 들어가서 제대로 판단했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국민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검수완박 입법의 절차상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정한 절차를 통해서만 그 결과의 공정성도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은 입법절차나 사법절차나 다르지 않다.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이론이 널리 인정되어 고문 등 불법절차에 의해 확보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문에 의해 얻은 증거를 법정에서 인정할 경우 고문이 계속 반복될 것이기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헌재 결정은 위장탈당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물인 검수완박 입법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는 앞으로도 위장탈당을 해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괜찮다는 선례를 만든 것과 다름이 없다. 이래서야 위장탈당의 위헌성을 인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고문을 통해 얻은 증거를 법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위헌성의 정도가 경미하고,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성이 치유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고문을 통해 얻은 증거지만, 법원에서 다른 증거 및 정황과 비교해 보니 그 내용의 진실성이 인정되므로 유죄의 증거로 쓰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절차 위반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이유는 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번 헌재 결정은 이를 스스로 부인하고 있는 꼴이다.

과거에도 헌법재판소는 법률안 날치기통과나 미디어법 사건에서 입법절차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의 효력은 유효한 것으로 본 적이 있다. 권한쟁의심판의 의결정족수(과반수)와 위헌법률심판의 의결정족수(6인 이상)의 차이가 문제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 및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미를 돌이켜 볼 때, 입법절차상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인 법률은 유효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의 구별 없이 8:0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이번 헌재 결정에서는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이 진보와 보수의 양 진영을 대변하는 것처럼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가 정치화된 것이라면, 국민의 사법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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