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74년 만에 대륙행, 차이잉원은 미국행…미·중 대리전 격화

조기원 2023. 3.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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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국부천대' 이후 74년 만에 전·현직 총통을 통틀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차이잉원 현 총통도 오는 29일 중미 국가들을 방문하는 중에 미국에 들를 예정이어서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둘러싼 미-중의 대리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 이틀 뒤인 29일엔 차이 총통이 대만과 외교 관계가 있는 중미의 과테말라·벨리즈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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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전·현 총통 정반대 외교 행보
27일 오후 마잉주(72) 대만 전 총통이 중국 본토인 중국 상하이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74년 전인 1949년 대륙을 떠난 뒤 전·현직을 통틀어 대만 총통이 대륙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 전 총통의 이번 방중이 흔들리는 ‘양안 관계’와 점점 첨예해져가는 미-중 전략 경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국부천대’(국민당 정부가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철수한 일) 이후 74년 만에 전·현직 총통을 통틀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차이잉원 현 총통도 오는 29일부터 중미 국가들을 방문하는 중에 미국에 들를 예정이어서,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둘러싼 미·중의 대리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마 전 총통은 27일 중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번 교류를 통해 양안 간 긴장과 대립을 해소하고, 독자적인 노력으로 양안 대화 재개를 돕고 싶다”고 밝혔다고 대만 일간지 <연합보>가 전했다. 마 전 총통은 마잉주재단 산하 다주(大九)학당 학생과 지지자 30여명과 함께 다음달 7일까지 12일간 중국에 머문다.

대만을 출발한 마 전 총통 일행은 이날 오후 상하이에 도착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이 사실을 전하며, 중국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과 상하이시 당 위원회 책임자들이 영접에 나섰다고 전했다. 마 전 총통 일행은 이후 고속열차를 타고 저녁 무렵 국민당 정부 수도가 있었던 난징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중화민국(대만)의 ‘국부’ 쑨원(1866~1925)의 무덤 ‘중산릉’으로 가서 참배했다.

마 전 총통 일행은 이후 다음달 1일엔 마 전 총통 조상의 묘가 있는 후난성 샹탄현을 찾는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랐으나 부모는 샹탄현 출신이다. 이밖에 중일전쟁 때 국민당 정부가 수도를 옮겼던 충칭과 1911년 신해혁명이 처음 시작된 우한 등을 들를 예정이다. 하지만 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수도 베이징엔 가지 않는다. 샤오쉬천 마잉주재단 집행장은 “베이징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도 없고 만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 전 총통은 이번 방중의 목적이 조상에 대한 제사와 민간 교류라고 강조하지만, 1949년 대륙에서 물러난 대만의 전직 총통이 사상 처음으로 대륙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국제적 파장을 부르고 있다. 마 전 총통은 대륙과 경제 협력과 교류를 중시하는 국민당 출신으로, 재임 시절인 2015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양안 정상회담에 나서기도 했다. 대만 언론들은 마 전 총통이 개인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가 원수급 의전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 이틀 뒤인 29일엔 차이 총통이 대만과 외교 관계가 있는 중미의 과테말라·벨리즈를 방문하기 위해 출발한다. 차이 총통은 갈 때는 미국 동부의 주요 도시 뉴욕, 올 때는 서부의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미-중 관계가 끝을 알 수 없는 전략 경쟁에 빠져든 뒤 대만 정치는 양안 관계 변화에 이전보다 더 휘둘리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2020년 1월 총통 선거다. 대만민의기금회가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1월 집권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2018년 말엔 20%대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중국이 강경한 홍콩·대만·신장 정책을 추진하며 급격히 회복했다. 결정적 계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월2일에 내놓은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이었다. 시 주석은 이 글에서 ‘1국 2체제’를 바탕으로 한 통일 구상과 함께 무력 사용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차이 총통은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만인들은 대륙에 맞서 결집했고 차이 총통은 재선에 성공했다. 그해 5월 지지율은 70%까지 치솟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5일 자이현 군부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역시 대만이 중국에 침공당해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 동안 지켜온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군사적 관여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 뒤 네번이나 대만 유사시에 미군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그때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갖고 “불장난을 하면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결의를 보여주듯 펠로시 의장 방문 직후엔 대만섬을 포위하는 살벌한 군사훈련도 벌였다. 중국 입장에선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보다 대륙과 대만이 나뉠 수 없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유하는 국민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총통 선거에 나설 양당의 후보도 가시화되고 있다. 민진당에선 라이칭더 부총통의 출마가 사실상 확정됐고, 국민당에선 지난 23일 경선 대신 특별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뽑기로 원칙을 정했다.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들은 주리룬 당 주석,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장제스 초대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 등이다.

대만 민심은 대만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민진당 쪽에 기울어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의 2022년 조사를 보면, 대만인의 63.7%가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것도 라이 부총통이다. 그는 24일 한 행사에서 “대만과 일본의 군사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중국에 맞선 미국·일본·대만의 협력을 강조했다. 차이 총통보다 대륙에 더 강경한 자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기원 조해영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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