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중소형 바이오株 IPO ‘러시’] 제약·바이오 기업 흥행몰이…“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주관사들도 묵혀뒀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꺼내 상장 대열에 합류시키고 있다. 그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뢰도 하락, 기업 가치 고평가 등을 이유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는데, 중소형사들이 1분기 흥행몰이에 성공하자 서둘러 다음 타자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월 2일 바이오인프라 상장을 시작으로 에스바이오메딕스,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몸값을 후하게 매기면서 상장 시기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바이오인프라는 2월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희망 공모 밴드(1만8000~2만1000원) 최상단인 2만1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경쟁률도 1594 대 1로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지만, 애초 기대한 공모가를 맞추지 못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몸값을 낮추고 공모 구조를 바꿔 두 번째 도전에 나섰고, 수요 예측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바이오인프라는 2007년 설립된 임상시험 검체 분석 전문기업이다. 의약품 연구개발(R&D) 단계에서 개발사의 의뢰를 받아 연구개발을 대행하는 업무를 한다. 종근당,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 제약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생동성 시험 사업자인 점을 투자 포인트로 내세웠다.
2월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이노진 역시 수요 예측에서 희망 공모 밴드(2500~3000원) 상단인 3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 1603 대 1을, 일반 청약에서도 1644 대 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360억원 수준이어서 덩치가 작아 투자 부담이 적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노진은 2월 20일 상장 첫날 상한가로 장을 마치기도 했다. 바이오인프라도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두 배로 장을 시작한 뒤 상한가)’을 기록 했으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하한가에 장을 마쳤다. 그래도 공모가와 비교하면 40% 높은 가격이었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수요 예측을 앞둔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스바이오메딕스 등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기업 가치만 놓고 봤을 때 공모주 시장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에서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희망 공모가액 기준 예상 시가 총액은 1759억~1979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은 3521억~4621억원이다. 두 기업 모두 공모 규모가 작아 단기 투자에 유리한 구조라고 본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세포 치료제 개발로 승부
우선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줄기세포를 통해 세포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데, 2020년 상장을 준비하다가 주요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임상 단계가 초기라는 이유로 자진 철회했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국제 표준화 배아줄기세포 분화기술(TED)과 3차원 세포 스페로이드 구현 기술(FECS) 등 두 개의 원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세부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파킨슨병 치료제(TED-A9), 척수손상 치료제(TED-N), 중증하지허혈 치료제(FECS-Ad), 눈가주름 개선(FECS-DF), 함몰 여드름 흉터 치료제(큐어스킨) 등이 있다.
회사 측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투자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3월 28~29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 밴드는 1만6000~1만8000원으로, 총공모 예상 금액은 120억~135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수요 예측이 순항하면, 4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일반 청약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차세대 면역 치료제 개발 임상 단계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07년 설립된 이중 융합 단백질 기반의 차세대 면역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이다.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은 면역항암제 GI-101, 피하주사형 면역항암제 GI-102,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등이 있다.
이 중 면역항암제 GI-101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중국 심시어에 해당 기술을 약 9500억원 규모로 이전한 바 있다. 또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은 유한양행과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20년 유한양행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면서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제약·바이오 기업이지만, 탄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지아이이노베이션은 1136억원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2025년까지 운영이 가능하며, 공모 자금과 영업수익까지 합해지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3월 15~1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3월 21~22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하나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주관사들, 제약·바이오 IPO 가속
주관사들은 그간 상장시키지 못했던 제약·바이오사들의 IPO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이어 큐라티스, 에스바이오메딕스 등은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 채비에 나서면서 벤처캐피털(VC)들도 숨통이 트인다는 분위기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후 자금 회수가 사실상 막혀 있었는데, 최근엔 기업 가치를 낮춰서라도 상장하는 추세여서 유동성 확보가 용이해졌다고 귀띔했다.
바이오인프라의 경우, 오엔벤처투자에서 결성한 오엔 제2호 세컨더리투자조합이 지분 4.65%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에도 NHN인베스트먼트, 미래에쿼티파트너스 등 다수의 VC 자금이 들어가 있어 상장 후 자금 회수에 대한 기대가 큰 상태다.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시리즈 C 투자까지 마친 상태여서 VC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후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본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엔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IPO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고, 아예 상장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며 “신약 가치, 파이프라인 등 사업 구조보다 시가총액 규모, 유통 주식 수, 공모 구조 등을 따져 공모주 단기 투자를 노리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증시가 위축되자 기업 가치를 낮춰 상장을 준비한 기업들이 늘어났고, 이들이 상장하는 시기에 IPO 시장에 돈이 들어오면서 중소형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VC의 자금 회수 의지, 주관사의 기업 밀어내기가 맞물려 당분간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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