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탐구 <32> 日 올림푸스, 소화기 내시경 세계 시장 점유율 70%의 비밀] 사내 일관 생산과 다품종 소량 생산…디지털 공장으로 변신 중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2023. 3.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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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아이즈공장’의내시경 생산 라인. 사진 올림푸스

올림푸스는 올해 2월 한국에서 화제였다. 내시경 세계 1위 일본 기업이 스텐트(확장용 의료기기) 분야의 강소 기업인 우리나라의 태웅메디칼을 4852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올림푸스가 우량 의료 기기 업체를 공격적으로 사들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1년 거액의 분식 회계가 발각된 후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던 올림푸스가 완전히 부활했다. 2021 회계연도에 이어 2022 회계연도에도 매출과 이익에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1919년 창업한 올림푸스는 현미경을 시작으로 100년 이상 광학 기기와 의료 기기 개발에 매달려온 ‘일본형’ 기술 기업이다. 소화기(消化器) 내시경 시장에서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1950년 위내시경을 개발한 후 압도적인 선두를 지키는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일본 내 최첨단 내시경 생산 공장에서 그 숨은 저력을 찾을 수 있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사내 일관 생산과 다품종 소량 생산

올림푸스의 19개 글로벌 거점 가운데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아이즈 올림푸스’다. 종업원 수와 내시경 생산 규모(금액 기준)에서 세계 1위다. 지난해 연말 후쿠시마현 아이즈 와카마츠에 있는 아이즈(會津)공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제조 기능장 에구치 카즈타카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재택근무 확대로 출근율이 30~35%로 낮아졌다”며 “공장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즈 올림푸스는 1970년 설립됐다. 주력 생산 시설인 아이즈공장을 시작으로 1985년 아이즈 와카마츠에 ‘기타(北) 아이즈’공장을 세웠다. 지난 2009년에는 아이즈공장에 최신 설비를 확충했다. 아이즈 올림푸스의 직원은 2085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평균 연령은 36세, 남녀 비율은 5 대 5다. 마츠오카 겐지 아이즈 올림푸스 대표는 “공장 근로자의 연령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의료용 내시경의 선단부(先端部)부터 삽입부, 조작부, 접속부 등 주요 부품의 가공, 제조, 조립, 최종 검사까지 사내에서 모두 처리한다. 원재료나 반도체, 전자부품은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으나 금속 부품의 기계 가공이나 표면 처리, 성형 가공은 기타 아이즈공장에서, 렌즈 등 광학 부품 가공은 아이즈공장에서 이뤄진다. 제품 가공에 필요한 설비의 설계도 모두 사내에서 한다.

이처럼 ‘사내 일관 생산’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환자 치료에 내시경을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을 유지하고, 400개 이상 제품의 ‘다품종 소량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금속 부품이나 렌즈는 품종마다 사양이 달라 사내 생산이 훨씬 유리하다. 내시경은 직경 10㎜의 미세한 선단부에 각종 정밀 부품을 조립하는 고난도 작업을 거쳐야 탄생한다. 품종당 하루 생산량은 10대 미만이어서 자동화 생산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정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작업자의 역할이 큰 ‘셀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인의 숙련 기술로 탄생하는 내시경

아이즈공장에서는 숙련 근로자들이 내시경을 생산한다. 소화기 내부를 촬영할 수 있도록 내시경 선단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둥근 부품은 파이프 소재에서 잘라낸 가이드 와이어로 연결된다. 선단부는 직경 10㎜, 리벳(볼트)은 직경 0.2~2㎜에 불과하다. 초정밀 부품과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다. 소화기의 내부 촬영이나 조명에 사용되는 렌즈키트는 1매당 직경 3㎜ 이하다. 6~7매가 한 조로 이뤄져 있어 초점을 맞추려면 장인의 축적된 기술이 요구된다. 생산라인 작업자들은 손가락 감각만으로 0.02㎜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사람의 업무 처리 속도가 기계보다 앞선다. 렌즈키트를 통해 촬영 대상을 찍는 이미징 부품 조립도 ‘장인’이 직접 한다. 이미지 센서 배선은 폭 3㎜의 기판에 10개의 케이블을 납땜하는 공정이다. 광학 현미경을 이용해 제품을 만든다.

5개 신기술 적용, 디지털 공장으로 변신

내시경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도 완성 단계다. 이번에 공개한 디지털화 기술은 ‘둥근 유닛 프레스 공정에서 부품 피드 자동화’ ‘소형 렌즈 가공 품질 측정과 조건 보정 자동화’ ‘이미지 센서 배선 납땜 디지털 어시스트’ ‘고정밀 프리즘 유닛 조립 조정’ ‘차세대 조립 라인’ 등 5가지다.

둥근 유닛 프레스 공정에서 부품 피드 자동화는 프레스 공정에서 링을 최적 배치하는 작업을 인공지능(AI) 카메라와 두 대의 로봇으로 자동화한 시스템이다. 기술자들이 해오던 공정을 자동화하는 대신 사람은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을 맡는다. 소형 렌즈 가공 품질 측정과 조건 보정 자동화는 소형 렌즈 가공에 도입한 시스템이다. 작업자의 품질 측정과 조건 보정 대신 실시간 센싱 데이터를 활용한다. 기계 정지 위험이 감소하고, 제품 품질의 편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 센서 배선 납땜 디지털 어시스트는 ‘장인의 기술’에 의존해온 이미지 센서의 납땜 배선을 AI 작업과 증강현실(AR) 기능으로 작업 지시를 하는 시스템이다. 고정밀 프리즘 유닛 조립 조정은 2020년에 도입한 내시경의 신기능 피사계 심도 확대 기술(EDOF)을 가능하게 하는 프리즘 유닛의 고정밀 조립을 지원한다. 장인의 ‘기술’에 의존해온 공정을 기술자들의 협력과 디지털 기술로 바꾸는 게 목적이다.

차세대 조립라인은 선단부, 삽입부, 조작부, 접속부 등을 조합해 의료용 내시경 제작에 혁신을 일으킨 시스템이다. 현재 의료용 내시경 조립라인에서는 직원 22명이 수작업으로 일평균 100대를 생산한다. 제품 생산량은 품종당 10대 미만이다. 차세대 조립라인이 도입되면, 기존의 절반 인력과 공간으로 하루에 100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내시경 조립에 필요한 선단부, 삽입부, 조작부, 접속부 등의 부품을 준비하는 공정은 로봇이 수행한다. 작업 기록의 음성 입력 자동화 공정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차세대 조립라인의 탄생으로 ‘내시경 조립은 자동화할 수 없다’는 신화가 깨졌다”며 “2023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월 외국인 CEO 취임, 스페셜리스트 육성

올림푸스는 2021년 12월 의료 사업화 전략을 공개한 뒤 현미경 등 과학 사업은 매각하고, 소화기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태웅메디칼을 인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태웅메디칼은 올림푸스의 소화기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우수한 스텐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앞서 2021년에는 적자 사업이던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현미경을 제조하는 자회사 ‘에비덴트(본사 나가노현)’를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 일본 국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950명을 감원하기도 했다.

이런 구조 조정을 거쳐 회사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2021 회계연도에는 매출 8688억엔(약 8조5142억원), 영업이익 1538억엔(약 1조507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 3월 말 끝나는 2022 회계연도에도 매출 8710억엔(약 8조5358억원), 영업이익 1980억엔(약 1조9404억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적자 사업 매각으로 코스트가 줄어든 데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내시경 사업의 채산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각국에서 소화기 내시경과 치료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올림푸스는 4월 1일 경영 사령탑을 교체한다. 실적 개선을 이끈 다케우치 야스오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유럽 지사에서 주로 근무해온 인사 전문가 슈테판 카우후만이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슈테판은 “인사 제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젊은 시절부터 전문성을 몸에 익히도록 만들어 사원들을 스페셜리스트로 육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케우치 사장은 “글로벌 의료 기기 기업을 목표로 강력하고 기동적인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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