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갉아먹어… ‘검정 고무신’ 사태 관심 가져달라”
故 이우영 작가 딸 “그림 못그려 막노동까지”
“‘검정 고무신’을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만났던 인연은 악연이 돼 형의 영혼까지 갉아먹었습니다… 책임감 없고 심약하다고 말하기 전에 형이 말하고 싶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만화 ‘검정 고무신’의 그림 작가 고(故) 이우영씨의 동생인 만화가 이우진씨는 27일 이렇게 말했다. ‘검정 고무신’을 둘러싼 사업자(형설앤)와의 저작권 분쟁은 2019년부터 소송으로 이어졌고, 이우영씨는 지난 11일 인천의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씨는 “내가 받지 못한 마지막 부재중 전화에서 형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라며 “마무리 못한 이 분쟁을 해결하고 후배와 제작자들이 더 나은 창작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추억의 만화 ‘검정 고무신’을 둘러싼 난맥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화 연재 종료 이듬해부터 3년에 걸쳐 고인은 사업자 형설앤과 ‘검정 고무신’ 캐릭터 사업 계약을 맺었다. 형설앤 측은 “당시 파생 저작물 및 모든 2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 이후 정산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됐고, 2019년 형설앤 측은 고인이 협의 없이 다른 곳에 만화를 그려 수익을 냈다며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은 “작가가 저작권을 빼앗기고 괴로움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만화·웹툰계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형설앤 측에 저작권 반환을 비롯한 사과, 고인을 상대로 진행 중인 두 건의 민사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이날 고인의 딸 이선민씨도 페이스북에 “이 사건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올렸다. “아빠는 빼앗긴 저작권으로 아무런 그림을 그릴 수 없어 막노동을 했고 기우뚱하는 집안의 무게는 나 또한 알고 있었다… 저희는 이런 큰 일을 감당할 노련한 힘이 없다.”
정부도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3자 계약시 사전동의 의무 규정을 포함해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장치를 마련(6월 고시 예정)한다. 만화·웹툰 분야 창작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저작권 교육을 확대하고 저작권 법률지원센터 구축을 위한 TF도 발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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