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SK온 투자' 등 빅딜 주도···IB 수수료 수입 1조 돌파
MBK, 조단위 빅딜 잇단 성사
대형 PEF 맞손···자금력 키워
글로벌 운용사들 제치고 선전
M&A·채권 자문 수수료 증가
'헐값 경쟁' 논란에도 IB 성장 중>
최근 조(兆) 단위 빅딜을 둘러싼 경쟁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글로벌 운용사들을 제치며 활약하고 있다. 대형 딜은 막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PEF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실력과 자금력을 갖춘 국내 운용사들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PEF들이 대형 딜을 주도하자 이를 중개하는 투자은행(IB)들의 연간 수수료 수입도 1조 원을 넘어서 한국 자본시장의 숙원인 IB 산업의 성장도 PEF들이 이끌고 있다.
27일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가 SK온이 3조 원을 목표로 유치 중인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당초 글로벌 PEF를 상대로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 3대 PEF인 칼라일그룹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지난해 진지한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칼라일이나 KKR은 금리 상승 속에 SK온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자 결국 투자 의사를 접었다.
글로벌 PEF의 빈자리를 먼저 채운 곳은 한국금융지주 산하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었다. 한투PE는 SK온에 82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SK온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2조 원 증자도 이끌어냈다. 한투PE가 국내외 논란에도 SK온 투자를 이어가자 MBK파트너스도 SK온 추가 투자를 검토해 카타르투자청과 싱가포르투자청 등 대형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가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가 전기차 배터리 설비 확대에 필요한 투자 재원 마련을 해외 PEF에 의존하려다 불발돼 평판을 적잖이 깎였는데 국내 PEF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 나서 대형 딜을 정상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국내 PEF 경영진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네트워크도 탄탄해져 상호 간 연합이나 거래도 빈번해지고 있다. PEF들 간 연합은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 대형 인수합병(M&A)에 윤활유가 된다. 최근 공개 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 상장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048260)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올 1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손잡고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두 PEF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인수에 지금까지 약 2조 2000억 원을 투입했는데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의 지분 매각 결정을 이끈 것은 UCK의 김수민 대표였다. 김 대표는 MBK파트너스도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자금력을 보강할 파트너로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였다.
PEF가 대규모 거래의 주역으로 떠오르자 자연스럽게 PEF 간 자산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거래’도 늘고 있다. 최근 스카이레이크파트너스가 매각한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기업 넥스플렉스도 MBK파트너스가 5300억 원에 인수했다. 최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MBK파트너스에 앞서 넥스플렉스의 인수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던 곳도 국내 PEF 운용사였다.
PEF들이 기업 M&A와 투자에 적극 나서자 기업 인수나 매각을 자문하는 IB 업계의 수수료 수입 규모도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M&A, 주식(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포함), 채권 거래 자문 수수료 총계가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거래액의 평균 1% 안팎이 IB의 자문 수수료임을 고려하면 헐값 수수료 논란과 거래절벽 우려에도 IB 업계의 성장은 지속된 것이다.
실제 올해 최대 빅딜로 꼽히는 HMM 매각에 삼성증권이 최근 JP모건·모건스탠리·씨티 등 글로벌 IB를 제치고 주관사로 선정돼 이변을 연출했다. NH투자증권은 MBK·UCK 연합의 주관사로 오스템임플란트 공개 매수를 성공시켰고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공개 매수 주관사로서 각각 쏠쏠한 수입을 챙겼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내 IB 자문 수수료는 4~5년 전만 해도 5000억 원 규모였으나 이제 한 해 1조 원 시장으로 컸다”면서 “PEF들의 성장이 상당한 기여를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평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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