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MF도 200조 사상 최대 갈 곳 잃은 법인 자금 빨아들여
석달새 법인 44조원 급증
◆ 글로벌 머니무브 ◆
글로벌 은행에 닥친 잇단 악재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는 머니마켓펀드(MMF)로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법인들의 MMF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자 결정을 미루고 기업이나 주식·채권 투자를 주저하는 기금 등이 MMF로 몰려들면서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MMF 규모는 올해 2월 말 현재 211조원을 기록하면서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법인 MMF 잔액 증가가 이 같은 추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140조원대에 머물던 법인 MMF 잔액은 1월 들어 179조원, 2월 177조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신호가 잇따르자 다시 180조원대로 늘어났다. 반면 지난해까지 15조원 선이던 개인 MMF 잔액은 올해 들어 1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법인 MMF 잔액은 역대 최고치, 개인 잔액은 역대 최저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 결정을 미루면서 MMF가 법인의 자금 블랙홀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작년 말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로 국내 자본시장에 유동성 악화가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에서는 법인 신탁계정 환매 중단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에 연초부터 많은 법인이 안전한 자금 관리를 위해 MMF 계좌에 돈을 넣어두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금 유입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펀드 중 19개가 MMF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법인 전용 MMF는 16개에 달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화되면 MMF 자금은 곧바로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위기가 걷히면 주식, 채권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금 금리가 연 3~4%대를 이어가면서 굳이 MMF에 자금을 넣어둘 필요가 없는 만큼 잔액이 빠르게 축소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MMF 116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0.83%, 최근 1년간 2.76%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은행들의 잇따른 위기 소식으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 역시 확대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년 만에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현재는 199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1g 가격도 이달 초 7만6990원에서 현재 8만2290원으로 약 7%나 올랐다. 금 1g 가격이 8만원을 넘긴 것은 한국거래소가 관련 데이터를 제공한 201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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