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쇼크에 화들짝 … MMF 잔액 5조달러 역대 최대
미국채 단기물에 주로 투자
"짧게 넣어도 수익률 높고 안전"
골드만삭스등 대형IB에 돈몰려
중소형 은행선 자금 빠져나가
퍼스트시티즌스銀, SVB 인수
◆ 글로벌 머니무브 ◆
글로벌 은행 위기 후폭풍으로 단기성 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 위기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글로벌 투자금이 MMF를 새로운 도피처로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MMF 수익률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머니무브 추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MMF 수익률은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인 4%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MMF 쏠림 현상은 월가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SVB 뱅크런이 발생한 이후 2주간 골드만삭스 MMF에는 가장 많은 520억달러가 몰렸다. 같은 기간 JP모건과 피델리티도 각각 460억달러와 370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내 중소은행에 비해 대형은행의 금융 안정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5500억달러(약 716조원)가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과 MMF 등으로 옮겨갔다.
MMF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때문이다. MMF에 돈이 몰리는 것은 은행 건전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데다 증시에 투자하기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MMF는 일반적으로 3개월물을 비롯한 미국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체로 우량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확률은 아주 낮다. 또 즉시 인출할 수 있어 현금을 대체하는 유동성 자산으로도 꼽힌다.
반면 일반 은행채와 기업어음 등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프라임 MMF 펀드' 잔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미국 프라임 펀드는 약 180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MMF 유입액이 약 1446억달러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안제이 스키바 RBC 글로벌 자산운용사 수석위원은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의 최우선은 안전을 향해 가는 것"이라며 "MMF는 높은 수익률과 유동성으로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자금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홀처럼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MMF와 달리 은행 예금 잔액은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은행 예금은 17조5000억달러(약 2경2000조원)로 984억달러(약 128조원) 줄어 1년 사이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중소형 은행 예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JP모건·웰스파고 등 상위 25개 은행 예치금은 670억달러(약 87조2000억원) 가까이 늘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였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은행 위기가 진정되면서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위기를 촉발한 SVB는 미국 지역은행 퍼스트시티즌스은행에 매각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27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에 대해 매입 및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발표했다. SVB의 자산을 165억달러 할인된 720억달러에 매입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미국 지역은행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모기지) 가운데 80% 가까운 약 2조3000억달러를 중소은행들이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은행권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역대 최대 수준인 270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 대부분은 자산 규모 2500억달러 미만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의 우려는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오피스 빌딩 담보대출의 건전성에 집중되고 있다. 오피스 빌딩은 재택근무 확산으로 평가가치가 떨어졌고, 최근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이 이어지면 은행들 위기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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