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알퍼의 영국통신] 한국엔 캥거루족, 영국엔 부메랑족

2023. 3. 27.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유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인
대부분 성인되자마자 집 떠나
최근 극심해진 고물가 못버텨
부모품 돌아가는 청년 늘어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친구들에게 내가 18세에 집을 떠나 독립했다고 하면, 대부분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때마다 나는 이것은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부모의 간섭을 극도로 꺼리는 영국인들은 독립과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소위 X세대라고 불리는 나의 세대에 대해서라면 내 분석은 옳았다. 내 고등학교 동급생들의 경우 한 명을 제외하고 졸업과 동시에 모두 부모 집을 떠났다. 대부분이 다른 도시의 대학으로 진학을 했고, 나머지는 근처의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일을 찾아 런던, 맨체스터 등 대도시로 떠나 대학 친구들과 함께 낡고 오래된 아파트를 빌려 월세를 내며 살았다.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시절 우리에게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그러나 요즘 영국 젊은이들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34세 영국인 중 3분의 1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고, 이런 부메랑 키즈의 숫자는 2012년 이후 24%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때는 15~16세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대학을 다니는 내내 돈을 벌었는데 하며 못마땅하게 혀를 찬다. 밤새 사이렌 소리를 들어야 하는 우범지역에 위치한 바퀴벌레가 기어나오는 손바닥만 한 집에 살았지만 우리는 독립을 즐겼다.

날아오는 고지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대신 새벽 2시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귀가해도 잔소리를 들을 필요 없었고, 언제든 이성 친구를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한 주에 40~50시간씩 일해야 했다. "독립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것이 당시 우리의 슬로건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다'는 것만으로는 이런 변화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영국의 경기가 위축되면서 물가는 고공행진을 했고, 브렉시트부터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젊은이들의 경제 상황 또한 어렵게 만들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독립을 원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나는 최근 한 청년으로부터 얼마 전 작은 원룸 아파트를 샀지만, 대출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곳을 세를 주고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젊은이들은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대해 불평을 한다. 내가 사는 골목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 미혼 자녀들로 가득한데 그들은 대개 식당이나 상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진짜 이유는 아마도 우리 X세대의 자녀 키우는 방식이 많이 관대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골목에는 취업준비생들의 이성 친구 차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데, 그 차들 대부분이 밤새워 주차되어 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세대가 갈구하던 '자유와 독립'인지도 모르겠다.

[팀알퍼 칼럼니스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