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생성형AI 경쟁, 속도보다 중요한 '신뢰'
지난 21일 미국 현지에서 만난 한 테크기업을 통해 생성형 AI에 대한 기자의 잘못된 편견이 무참히 깨졌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라는 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이미지·텍스트 처리를 돕는 생성형 AI 상용화 서비스인 '파이어플라이'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주지하듯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가 작년 말 챗GPT로 생성형 AI 시대의 포문을 열면서 더 나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개하기 위한 '속도'의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챗GPT 등장에 비상이 걸린 구글의 경우 내부 '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까지 불러 대응책을 모색할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 네이버, 카카오 등 핵심 테크기업들이 생성형 AI 공개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이날 발표회에서 어도비 경영진은 파이어플라이를 보기 위해 운집한 관객들에게 속도 경쟁 이상의 가치를 역설했다. 바로 'Tech for good(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과 'Transparency(투명성)'였다.
파이어플라이는 창작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이미지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하는 기술인데, 어도비는 AI 학습 과정에서 지식재산권(IP) 충돌이 없는 자체 보유 자산과 개방형 라이선스 콘텐츠를 썼음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자사 생성형 AI는 불량 원료를 섞지 않아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이라는 뜻이었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출현하게 될 서비스는 향후 IP 충돌부터 다양한 사회적 윤리 위협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일례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 얻은 창작물을 가지고 고유의 저작권을 요구하는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저작권 침해 요소가 있는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얻은 창작물은 권리를 인정받기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의 초기화 국면에서 시장은 더 많은 매개 변수와 학습 데이터 등 화려한 숫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에 대한 거품이 걷히면 시장은 곧 '소비자 신뢰'라는 본연의 가치를 확보한 AI 기업에 주목할 것이다.
고객 신뢰와 품질에 무게를 둔 어도비 사례처럼 사회적 임팩트가 큰 AI 시장은 특히나 상업화 전략이 ESG(환경·책임·투명경영)와 한 몸이 돼야 향후 각국의 규제 폭탄도 피할 수 있다. 당장의 속도 경쟁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누구나 믿고 쓸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로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승부할 기회는 무한하게 열려 있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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