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단 `자기부상열차` 수년째 방치

이준기 2023. 3.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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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의 대표적 실용화 연구성과로 꼽히는 자기부상열차 시험 선로가 수년 째 방치되고 있다.

기계연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시험 설비를 철거한 사례가 지금까지 거의 없어 어떤 방식으로 논의해야 할 지 파악 중"이라며 "시험 선로가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실용화에 많은 부분 기여했고, 기계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연구성과물인 만큼 어떻게 철거 또는 활용할 지 정부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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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연에 설치 1.3㎞ 시험노선
신기술 등 등장에 설자리 잃어
철거 논의도 없이 미관만 해쳐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 내에 구축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시험 노선. 후속 연구중단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수년 째 운행하지 않고 있다.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 내에 구축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시험 노선으로, 후속 연구중단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수년 째 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대표적 실용화 연구성과로 꼽히는 자기부상열차 시험 선로가 수년 째 방치되고 있다. 하이퍼루프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 부상과 후속 연구개발 중단으로 설 자리를 잃은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시험 선로 철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안전과 미관 문제를 초래하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연은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를 위해 지난 1997년 연구원 내에 1.3㎞ 구간의 시험 선로를 설치했지만 이후 수년 간 연구 및 시험 수요가 전무하고, 코로나19 여파로 3년 넘게 방문객 대상 운행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계연 내부에서는 연구공간 확보와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시험 선로를 철거해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계연은 수년째 시험 선로 활용 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세금을 연구비로 지원한 과기정통부,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 부처도 사실상 손놓고 있는 상황이다.

기계연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기부상열차 시험 선로를 철거하자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지만, 기관 차원에서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연이 1989년부터 개발한 자기부상열차는 레일 밑의 전자석과 레일이 서로 붙으려는 힘에 의해 차량이 공중에 뜨는 원리로 운행한다. 전자기력을 이용해 차량 선로와 접촉하지 않고 운행하기 때문에 일반 열차와 달리 소음과 진동, 분진 등이 거의 없으며, 탈선이나 전복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이 때문에 개발 당시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기계연은 1997년 연구소 내에 시험 선로를 완성하고, 이듬해인 1998년 중저속 자기부상열차 'UTM-01'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2006년 시험 선로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성능 검증을 거쳐 실용화 모델인 'UTM-02'를 선보였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에 성공한 국가로 올라섰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총 4100억원을 들여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시속 110㎞급 무인운전 자기부상시스템 열차 개발과 시험운행을 위한 6.1㎞ 시범 노선을 건설하는 등 실용화 확산에 나섰다. UTM-02는 2008년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995m) 구간에서 운행해 대전시와 기계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이후 기계연은 자체적으로 러시아, 유럽 등에 자기부상열차 기술 수출을 추진했으나 경제성과 사업 타당성 등의 이유로 번번히 좌절됐다. 여기에 인천공항 노선을 운행하던 자기부상열차마저 잦은 고장과 멈춤 등 기술적 문제로 '반쪽 실용화'에 그치고 말았다. 이어 국립중앙과학관 운행 자기부상열차 역시 기술적 안전성과 유지보수 부담을 이유로 철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기계연은 노후화된 자기부상열차 시험 선로 유지보수 비용으로 매년 5000만원을 투입해 왔다. 만약 철거할 경우 1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연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시험 설비를 철거한 사례가 지금까지 거의 없어 어떤 방식으로 논의해야 할 지 파악 중"이라며 "시험 선로가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실용화에 많은 부분 기여했고, 기계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연구성과물인 만큼 어떻게 철거 또는 활용할 지 정부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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