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악"…발가락서 느끼는 '출산의 고통' 늘었다

정심교 기자 2023. 3.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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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원망스러운 질환이 있다(?). 바로 '통풍'이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너무 많이 쌓여 생기는 질환이다. 다른 사람이 지나가면서 일으킨 바람을 맞아도 아플 정도라고 해서 통풍(痛風)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실제로 통풍의 통증 지수는 10점 만점에 9~10점으로, 증상이 일단 나타나면 출산의 고통에 버금갈 정도로 극심히 아프다.

그런데도 통풍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1년 49만2373명으로 3년 만에 14.3%포인트(p) 증가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다행히 통풍은 생활 습관만 바꿔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통풍에 대한 흔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 여성은 통풍에 안 걸린다?
X 통풍이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통풍의 원인 물질인 요산을 여성호르몬이 배출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을 경험한 갱년기 이후의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급감해 통풍 발생 위험이 남성만큼 높아진다.
Q. 통풍은 관절의 문제다?
X 통풍의 증상 자체가 관절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통풍을 관절만의 문제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요산이 몸속에서 관절강 내에서만 쌓이는 건 아니다. 요산이 콩팥에 쌓일 수 있고, 콩팥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콩팥 혈관질환의 위험인자다. 따라서 통풍은 단순히 관절만의 문제가 아닌, 전신질환으로 봐야 한다.
Q. 통풍은 발가락에서만 생긴다?
X 통풍은 관절 끝 부위이자 체온이 가장 낮은 엄지발가락 끝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다른 관절에서도 생길 수 있다. 무릎, 발, 발목, 손목, 팔꿈치 등에서도 통풍성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얇은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아파서, 대개 양말을 신지 못하고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다. 통풍이 심하면 발열과 오한이 동반된다.
Q. 아프지 않아도 치료받아야 한다?
O 통풍은 급성 통풍 단계에서 통증이 심한데, 많은 환자가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려 한다. 급성 통풍이 또다시 나타나기까지는 간격이 길다. 증상이 없어졌고 해서 병이 없어진 게 아니다. 다시 나타나거나, 요산이 다른 장기에 달라붙어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으면 콩팥을 망가뜨리고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통풍 초기에는 증상이 있다가 사라지고 다음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나타나는 간격이 짧아질 수 있다. 또 관절의 손상을 일으켜 통증이 계속되고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다. 급성기엔 가능한 한 빨리 염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고, 혈액 내 요산의 농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치료는 피해야 한다. 급성기가 지나고 증상이 없어진 이후에는 재발·손상을 막기 위해 혈액 내 요산을 낮게 유지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Q. 요산 수치가 높으면 모두 통풍이다?
X 통증 없이 단순히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통풍이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으로 구분하며, 치료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요산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통풍은 관절에 염증까지 생겨야 비로소 진단한다. 관절이 붓거나 아픈 증상이 동반된다. 또 관절액에서 요산 결정체를 확인하면 통풍으로 진단한다.
Q. 통풍은 젊을 때도 찾아올 수 있다?
O 일반적으로 통풍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잘 발병한다. 하지만 젊어도 통풍이 발병할 수 있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쌓이면서 나타나므로 침착 기간이 길수록 발병 위험이 커진다. 나이가 젊더라도 통풍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요산의 축적·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생활 습관을 가진 경우 젊어도 방심할 수 없다.
Q. 맥주는 나쁘지만 소주·와인은 괜찮다?
X 통풍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맥주가 꼽힌다. 하지만 술 종류보다 알코올 자체가 더 큰 원인이다. 따라서 같은 양을 기준으로 볼 때 맥주보다 소주가 통풍 환자에게 더 유해하다. 와인의 경우 소량 마시면 요산 배출에 도움된다는 연구 보고는 있지만 와인도 많이 마시면 결국 알코올 섭취량이 늘게 돼 가능하다면 피하는 게 좋다. 술대신 콜라·사이다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도 통풍 개선엔 좋지 않다. 과당이 통풍을 악화할 수 있어서다. 통풍은 식습관과 비만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고단백과 고칼로리식에는 통풍성 관절염의 원인인 요산을 발생시키는 퓨린이 많이 들어있어 주의한다. 잦은 음주, 비만, 고콜레스테롤 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치료해야 한다. 저퓨린 식이와 금연이 필수적이다.

도움말= 최찬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건강 정보'.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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