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오너일가에 4400억 배당 '믹스커피왕' 동서 3세 승계 꿈틀
순이익 절반 이상 꾸준히 배당
지분율 12% 넘긴 3세 김종희
핵심요직 동서식품 감사 맡아
국내 믹스커피 선두 업체인 동서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룹 3세가 핵심 사업 회사인 동서식품의 요직으로 꼽히는 감사를 맡은 것이다. 동서는 최근 10년간 오너일가에게 총 44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배당을 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3세 지분율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동서그룹의 3세 승계가 닻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식품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동서식품 주주총회에서 동서그룹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101)의 장손인 김종희 동서 전무(47)가 감사를 맡았다. 김 전무는 창업주의 장남인 김상헌 전 동서 회장(74)의 맏아들이다. 이번 주총에선 5년 전 물러났던 김석수 회장(69)이 회장직에 복귀했다. 김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2008년부터 10년간 회장을 맡아오다가 2018년 사퇴한 바 있다.
동서식품 측은 김 회장이 5년 전 회장(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은 감사를 맡게 되면서 겸직 금지 때문이었고, 이번에 새로운 감사가 와서 감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공석인 회장을 다시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동서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장 자리가 다른 기업처럼 의미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감사 자리에 따라 회장 직책이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으로 상장사에는 이례적이다.
최근 동서식품 감사를 맡은 그룹 3세 김종희 전무는 작년 말 기준 동서 지분율이 12.59%로 숙부인 김 회장(18.62%), 아버지 김 전 회장(16.9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2010년 3.46%에 불과했던 김 전무의 동서 지분율은 김 전 회장에게 꾸준히 주식을 증여받아 10년 만에 9%포인트 이상 늘었다. 김 전무가 동서식품 핵심 요직인 감사를 맡은 것을 놓고 회사 안팎에선 동서그룹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서그룹의 핵심 사업 회사인 동서식품은 동서와 미국 식품기업 몬델리즈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해 전문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국내 커피 소비가 믹스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매장 중심으로 바뀌는 동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2011년부터 10년 넘게 매출액 약 1조5000억원의 벽에 갇혀 있다. 동서 관계자는 "신사업보다는 잘하는 것에 공들여왔다"면서 "올해 캡슐커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오너일가 지분율이 67%인 동서는 주식 시장에서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으로 유명하다. 연평균 배당성향은 55%로 국내 상장사 평균 35%보다 20%포인트 높다. 연평균 약 1200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절반인 약 600억원을 배당하는데, 이 중 오너일가에게 약 400억원이 돌아간다. 10년간 배당으로 오너일가에게 유입된 현금만 4400억원에 달한다.
또 3세들이 지분을 나눠가진 비상장 계열사 성제개발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이익 대부분을 배당했다. 2010년은 동서그룹 2세들이 3세들에게 성제개발 보유 지분 약 60%를 증여한 직후다. 성제개발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동서그룹 관계사에서 발생했다. 동서는 성제개발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2019년 8월에 성제개발을 흡수합병했다. 한 증권사의 기업분석 전문가는 "감사는 기업 운영 과정에 문제점이 없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인데, 오너일가가 중견기업에서 감사를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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