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학교 양산 우려” 교육자유특구···공론화 없이 법적 근거부터 만들기

남지원 기자 2023. 3. 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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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교육자유특구 운영 계획을 포함한 4대 개혁입법 추진 과제를 밝혔다.

‘교육자유특구’의 지정·운영 근거가 담긴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특구 내 학교 설립과 운영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귀족학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자유특구에 적용될 규제특례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특구 제도가 귀족학교를 양산해 고교평준화 체제를 흔들 수 있어 충분한 공론화 없이 법적 근거부터 마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교육자유특구 지정·운영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최근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법안에는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자유특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교육자유특구 지정·운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교육부는 교육자유특구의 설치·운영 방안을 담은 별도 법안을 올해 상반기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자유특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인수위 단계부터 거론됐다. 교육부가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4대 교육개혁 입법 추진과제에도 교육자유특구 도입과 운영을 위한 근거 법령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아직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운영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인수위 활동 당시 지역균형발전특위가 밝혔던 구상, 교육부의 업무추진계획 등을 통해 제도의 내용을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는 학생 선발과 교과과정, 교원 등에서 특례를 대폭 적용한 자율학교를 도입하고, 학부모조합·기업·연구소 등이 자유롭게 대안학교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학교설립에서 운영까지 교육 관련 규제를 완화해 정형적 모델이 아닌 지역별 맞춤형 공교육을 선도하는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해 2024년부터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규제특례의 구체적인 내용은 법안이 나와야 알 수 있고, 현재는 그야말로 초보적인 단계”라고 말했다.

어떤 학교급에서 어떤 규제가 완화되는지, 규제가 완화되면 주변 공교육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수도권 지역도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될 수 있는지 등 제도의 세부 내용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근거가 먼저 만들어진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특구 내 고교에 학생 선발권이 주어지면 자사고·외고처럼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해 주변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사실상 고교평준화 체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과정 자율화와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규제 완화가 ‘입시몰입교육’으로 이어진 사례를 우리는 자사고 정책을 통해 이미 경험했다”며 “교육부가 시행 시기만 없고 내용은 없이 ‘우선 추진’ 선언부터 하는 설익은 정책을 계속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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