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결 맞붙은 유통가 ‘슈퍼주총’…주주환원 요구 ‘봇물’ [달라진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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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행동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유통가 주주총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행동주의 펀드 입김이 거세지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박빙으로 주총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27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KT&G는 28일 주총에서 안건마다 회사와 행동주의 펀드·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31일 열리는 남양유업 주총에서도 남양유업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간의 한판 표 대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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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김희량 기자] ‘주주 행동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유통가 주주총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행동주의 펀드 입김이 거세지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박빙으로 주총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유통·식품기업들이 주총 시즌을 맞아 잇따라 새 먹거리 사업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예고한 가운데, 특히 ‘제2의 소버린 사태’를 막기 위해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안건마다 맞붙은 표 대결로 주총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영진은 막바지까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27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KT&G는 28일 주총에서 안건마다 회사와 행동주의 펀드·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KT&G 경영진·안다자산운용(이하 안다)·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3개 세력이 맞붙는 표결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영권 분쟁이다.
당장 주총 안건 개수만 35개에 달한다. 특히 FCP는 자사주 취득(1조2000억원)과 배당(1조2000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KT&G 당기순이익의 최소 2배, 총 주주환원 금액(배당총액·자사주매입)의 최소 3배에 이르는 규모다.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KT&G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 측과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주총 예상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4일 국민연금이 FCP가 제시한 주주 제안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내고 KT&G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기업은행도 KT&G 경영진 편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FCP와 안다가 외국인·소액주주의를 얼마나 우호 세력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주총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60%가 넘는 외국인·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농심그룹 지주사 농심홀딩스도 29일 주총을 열고 소액주주와 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슈퍼개미’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농심홀딩스를 상대로 주당 배당금을 4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관련 안건이 주총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박 대표가 요구한 배당 요구액은 농심홀딩스가 공시한 주당 배당금 2500원의 1.6배 수준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24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신동원 농심 회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짧게 답한 바 있다.
31일 열리는 남양유업 주총에서도 남양유업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간의 한판 표 대결이 예정돼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에 일반 주주 지분 50%를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감사 후보로 지배구조 전문가를 추천한 상태다. 하지만 남양유업 경영진은 “매년 7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회사에게 가능하지 않은 조건”이라며 특히 반발하고 있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가 결국 주가 부양을 통한 단기 시세차익 확보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도를 넘는 배당, 무리한 이사회 축출 등 단기 시세차익에만 불을 켠 행동주의 펀드는 헤지펀드와 다를 바 없다”라며 비난했다.
실제로 글로벌 사모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3월부터 SK㈜의 2대 주주가 된 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영진 교체와 계열사 청산을 요구했다. SK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 경영권을 방어했고 소버린은 2005년 1조원의 시세차익을 본 뒤 철수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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